7년의 우울, 27년의 Complex PTSD
전문가들이 흔히 설명하는 회복 초기 반응
1. 감정 플래시백(emotional flashback)
: 상황은 없지만 감정만 과거처럼 재연됨. 눈물, 무력감, 과도한 죄책감 등
2. 신체 정화 반응(somatic release)
: 몸이 스스로 긴장을 풀며 졸림, 통증, 눈물 등으로 반응함
3. 회복기 혼란(confusion phase):
: 이게 나아지는 건지 더 나빠지는 건지 혼란스러운 시기. 대부분의 회복자는 이 시기를 지나야 안정기로 진입함
요즘 엄청 졸리고, 눈물도 그냥 아무 이유없이 흐르곤 한다. 이것이 방어기제가 약해지고 자기인식이 확장되는 치료 초기에 나타나는 흔한 심화반응(aggravation), 감정 탈억제(emotional release)라고 볼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려되는 점은 감정 조절이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지는 경우, 수면장애가 심화되는 경우, 자행충동/극심한 해리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나의 경우 극심한 해리는 경험한 적이 있다. 마치 영혼이 몸과 분리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영혼이라는 것은 '내가 인식하고 있는 몸의 위치'라고 보면 된다. 즉, 실제 내 몸의 위치와 내가 인지하고 있는 몸의 위치가 다르다. 때론 미묘하게, 때론 극명하게. 그 상태에서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 부분이 저리다. 특히 머리를 움직이면 시각 정보와 결합해 멀미가 생기는데 정말 죽을 뻔했다. 구토는 물론이거니와 망망대해에 폭풍우를 뚫는 어선에 타 있는 기분이었다. 식은땀도 나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어서 진짜 119를 불러야 되나 싶었다. 그 날 이후로 그 정도의 해리는 없었고, 그저 만성적으로 옅은 손 저림과 메스끄러움 정도로 남았다.
자해충동은 없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몸에 상처가 나거나 피가 날 때까지 긁기는 하는데, 이건 내가 어떤 충동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하는 행위는 아니다. 오히려 옅은 자살충동이 생겼다. 딱히 강한 충동은 아니라 행동으로 옮길 생각은 없는데 그냥 죽고 싶다거나 누가 죽여줬으면 좋겠다거나 하는 생각을 한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떨어져 죽으면 어떨까, 옆에 차가 지나가면 저기에 뛰어들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생존본능이라거나 굳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이게 단순 증상 심화라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심리겠지만 회복기에 있는 일시적인 심화 증상이라면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이럴 땐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해보라고 하는데, 일기를 쓰자고 하니 손글씨를 쓸 여력이 없다. 나는 손글씨를 쓰는 것을 제법 좋아한다. 감성도 있고 뿌듯하기도 하고, 내 글씨가 예뻐서 미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이젠 너무 많은 애를 써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써본다. 타자는 그래도 덜 힘이 드니까. 비록 다들 바쁜 삶을 살아가느라 지나칠거라 생각해지만 그냥 남겨놓는다. 만약 어떠한 이유에서든 지나치지 못했다면 그냥 그렇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주면 좋겠다. 상담도 잘 받고 있고, 약도 잘 먹고 있다! 다만 상담과 약은 보조적 도구일뿐, 이 병은 내가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체질환과 차이가 있다. 의지가 없는 게 증상인데, 의지를 가지고 극복해야 한다는 게 참 역설적이다. 어쩌면 인간의 치료 기술의 한계인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런 기술을 좀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애쓰지 않아도, 병원에 가지 않아도, 아쉬운 소리 하지 않아도 그냥 살아가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아지게 하는 그런 방식의 ai솔루션을 개발하면 어떨가 싶다. ai + healthcare + game + DTx(Digital Therapeutics) 조합인데, 이거 너무 공부할 게 많다. 내가 건강만 했으면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건강하지 않은 내가 할 수 있을지, 또 한다고 해도 언제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영역은 프론티어의 영역인데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까?
#생각번호202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