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의 비용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계산했는가

by 민진성 mola mola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네 인생의 주인공이 되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그 달콤한 권유 뒤에는 교묘하게 생략된 주석이 있다.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즐거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무대 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변수와 사고에 대해 자신의 존재로 책임을 지겠다는 처절한 계약이다.



동경과 각오의 괴리

많은 이들이 주인공을 동경하지만, 정작 주인공이 되기 위해 필요한 '지불 용의(Willingness to pay)'는 갖추지 못한 채 무대에 오른다. 관객의 박수 소리는 듣고 싶지만, 무대 뒤의 먼지와 고독은 견디기 싫어한다. 수익의 복리는 누리고 싶지만, 손실의 위험은 회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공정한 설계자는 결코 '좋은 것'만 낱개로 팔지 않는다. 주인공이라는 배역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라는 비용과 묶음 판매된다.



리스크를 감수하는 자만이 누리는 서사

결국 "나는 주인공이 될 수 없어"라는 말은 패배 선언이 아니라, "나는 그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었는가?"에 대한 정직한 자문자답이어야 한다. 만약 내가 비바람 치는 광야의 고통보다 안락한 감옥의 따뜻함을 원한다면, 나는 주인공의 자리를 탐내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그 모든 불확실성과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내 운명의 핸들을 꺾어보고 싶다면, 그때 비로소 나는 주인공의 배역을 맡을 자격을 얻는다.



주인공이 아니어도 주체적일 수 있는 이유

주인공이 되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 또한 비겁함이 아닌 '주체적 결단'이다. 화려한 배역 대신 안정적인 관객석을 선택했다면, 그 선택에 따르는 평범함과 지루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자리에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자리가 요구하는 비용을 내가 인지하고 수용하고 있느냐다. 주인공의 무게를 알기에 그 자리를 사양하는 자는, 주인공의 화려함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무너지는 자보다 훨씬 단단한 삶을 산다.



당신의 계약서에는 무엇이 적혀 있는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우리는 매일 새로운 계약서를 쓴다. "나는 오늘 주인공이 되어 리스크를 짊어지겠는가, 아니면 안전한 조연이 되어 평온을 유지하겠는가." 성공한 사업가나 위대한 성자의 삶을 보며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단지 우리보다 더 비싼 입장료를 내고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타인의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라, 내 손에 들린 고지서다.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꿈을 꾸고 있는가.




#생각번호20260116




본 글은 RE:Mind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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