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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amola Feb 14. 2020

워홀 오기 전 배웠더라면 하는 5가지

런던과 이별하는 일 D-22


끝이 다가오면 시작하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깨닫기 마련이다. 워킹 홀리데이도 끝이 다가오니 이 기간 동안 배운 것들을 정리할 수 있게 됐는데, 내심 이것들을 오기 전에 배워놨더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과정이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깨달음도 있었을 테지만, '미리 알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건, 새로 뭔가를 배우게 된 사람의 욕심인 걸까?

 그래서 오늘은 살아보기도 전에 다 알아내고 싶은 나와 같은 분들을 위해  '워홀 오기 전 배웠더라면 하는 5가지'를 공유해 보려고 한다. 너무 뻔한 이야기들은 제외하고 살아보니 필요했던 것들 위주로 정리해봤다.




1. 바쁠 때 뚝딱 해 먹을 수 있는 나만의 레시피


어렸을 적, 엄마가 바쁠 때 해주시던 마가린 밥(혹은 간장계란밥) 같은 간편식 레시피는 전 세계 자취러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겠지만, 특히나 런던 워홀러들에게 그렇다. 외식 비용이 비싼 런던에서 바쁠 때마다 밥을 사 먹으러 갔다가는 통장이 '텅장'이 되는 상황을 면치 못한다. 그렇다고 매번 샌드위치로 때우거나, 굶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때 간단하고, 영양소를 챙길  있는 레시피 3-4개 정도를 숙지하고 있으면, 바쁜 일상에 정말  빛을 발한다. 미리 레시피를 숙지하는  좋은 이유는, 머릿속에 이미 모든 과정과 재료가 입력돼있으므로 따로 찾아보는 시간이나, 주저하는 시간을 줄일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영국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에 차이가 있는 만큼, 현지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는 뭐가 있는지 미리 생각해서 구상해 놓으면 바쁠 때 끼니도 챙기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2. 나의 특기(specialty)


워홀 취업을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다른 지원자들과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지 내 특기 즉, specialty를 정의하는 일이다. 이때, 특기는 본인이 구사하는 언어가 될 수도 있고, 다룰 수 있는 소프트 웨어, 혹은 특정 산업군에 대한 전문 지식이 될 수도 있다. 나만의 특기는 성격의 장점이나 관심사보다는 성과로써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능력이어야 한다. 또, 이 객관적인 능력이 본인의 경험에서 어떻게 증명됐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영국 회사에서 왜 소통과 비자의 문제가 없는 자국민 혹은 비슷한 문화와 정서를 공유하는 유러피안을 제외하고 아시안인 나를 뽑아야 되는지, 영국 회사의 입장에서 미리 생각해보자. 아시아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회사의 경우, 내가 구사할 줄 아는 언어와 동양 문화권에 대한 이해도가 될 것이고, 디자이너의 경우 나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이나 스킬이 될 수 있다.


3. 구체적인 장르의 취미


영국에서 지내다 보면 웬만한 관광 명소, 유명한 카페, 레스토랑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방문하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모두가 아는 곳은 지루하고, 지겨워진다. 이때가 바로 내 관심사에 맞는 장소들을 찾아 떠나야 하는 때다. 취미나 관심사에 대한 이해가 확립돼있지 않으면 외국에 있더라도 하던 것만 하게 되고, 가던 곳만 가게 된다. 자신이 뭘 좋아하고, 즐기는지를 아는 것이 워홀 라이프의 신선함을 지속시킬 수 있다. 워킹 홀리데이에 '홀리데이'가 붙은 이유는 일을 하면서, 외국에서의 삶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내 즐거움에 대한 정의를 먼저 내려야 한다는 공식은 워홀 라이프에도 유효하다.


4. 영국의 겨울을 날 수 있는 겨울 전통(tradition)


영국의 겨울은 정말 지난하고, 악독하다. 매일 같이 회색 하늘에 눈을 뜨는데, 회색 하늘마저도 오후 4시를 넘기지 못한다. 만약 겨울을 싫어하고, 일조량에 따라 기분이 크게 영향을 받는 타입이라면, 영국에서 맞이하는 겨울은 인생의 큰 시련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을 맞이하는 전통이나 루틴 같은걸 만들면 영국 겨울의 끔찍함을 약간은 상쇄할 수 있다. 런던에서는 11월 마지막 주부터 크리스마스 마켓이 곳곳에서 열리고, 하이드 파크에서 윈터 원더랜드도 열린다. 특히, 크리스마스 마켓들은 깜깜한 런던 겨울 거리를 조금이나마 로맨틱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매일매일 마켓들을 방문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겨울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면 멀드 와인 만들어먹기 라던지, 겨울 한정 무비 리스트나, 노래 셋리스트 만들기라던지. 아! 해가 짧아지기 시작할 때쯤 비타민D를 복용하는 것도 런던의 겨울을 나는데 크나큰 역할을 한다.


5. 한국이 그리워질 때 향수병 극복법


한국을 떠나 해외에 있다 보면 갑자기 향수병이 몰려오는 시기가 온다. 나도 유학 3년 동안은 향수병이라는 걸 모르고 살다가, 워홀 기간 동안은 향수병을 앓았다. 향수병이라는 게 언뜻 듣기에는 가볍게 들리지만, 한 번 앓기 시작하면 거주하는 곳에서의 삶의 질을 상당히 저하시킨다. 힘들게 떠나왔는데 향수병을 앓느라 현재의 삶을 즐길 수 없다면 그만큼 괴로운 일이 또 있을까.

 내 향수병 극복법은 한국 음식 중 평소에는 손이 많이 가서 해 먹지 않는 요리를 해 먹는 것이다. 가끔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같이 먹을 때도 있고, 스스로를 대접할 때도 있다. 내 경우는 음식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일 수도 있고,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는 것일 수도 있다. 해외라는 조건 때문에 타협해왔던 지점을 찾아 해소하는 날을 종종 가지면 향수병이 일상을 잡아먹는 일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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