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런던 월간 안부]

by 어금니

벚꽃의 계절입니다.

영국의 벚꽃도 한국만큼이나 몽글몽글 합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추억 한 켠을 내어주었을 벚꽃인 만큼

저에게도 벚꽃 하면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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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을 논밭과 함께 전라도의 어느 마을에서 살다가

갑자기 서울의 조그마한 집에 잠시 머물게 된 여자가 있었습니다.


장남, 장손만 바라보는 그녀였지만

내가 더 자주 찾아갔으니까,

내가 더 자주 전화했으니까,

내가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지금도 이 집에서 나랑 계속 같이 있으니까.

한구석엔 내 자리가 은근히 크게 자리 잡고 있을 거야.


라며 저 혼자 짝사랑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오늘처럼 벚꽃이 흐드러지는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예쁘다. 나중에 같이 나와서 보면 좋겠다.’

그렇게 같이 보고 싶었던 벚꽃은 어느새 다 저물었고,

우리가 함께할 봄은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병원에서 혼자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렸을 걸 알면서,

어쩌면 우리에게 벚꽃 나들이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나 사랑한다면서,

왜 꽃 한 송이 사다 주지 못했을까요.

봄인데도 봄을 느끼지 못한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봄 한 번만 선물할걸.


몇 해가 흘러도 여태, 그게 참 미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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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야 할 것을 알면서도 여행을 떠나 듯이

모든 것이 지나갈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사랑을 합니다.


갈수록 두려운 것이 많아진다는 것은 알지만,

미어지는 마음과 상처 주는 일을 줄여나가기 위해

열심히 사랑하면 좋겠어요.


따끔따끔한 것도 부드러운 것도,

지나간 것들을 손끝으로 하나하나 짚어보니

모두 소중한 조각들이더라구요.



3월은,

뾰족하고 둥근 조각들을 많이 모은 한 달이었습니다.

멋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좋은 자극을 받고,

받은 만큼 정신없이 움직이면서도 하루의 끝은 포근했습니다.


4월은,

모두가 더 완연하게 봄을 느끼고, 아낌없이 표현하고, 한 송이 꽃을 선물해 보고, 한없이 포근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요 :)


3월의 마지막 날,


#런던월간안부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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