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요,

[런던 월간 안부]

by 어금니

좋아요 좋은데, 좋아요..


7월만큼 바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럴 수 있더라고요. 무더운 여름이 아니라 조금은 무거운, 여름이었던 거 같기도 해요.


임시 숙소에서 또 임시 숙소로, 또다시 진짜 내 방으로 이사도 하고, 애플이 비싸다고 소문난 영국에서 별안간 맥북이랑 에어팟이 고장 나고, 매주 하나 둘 사라지는 동료들을 보내주고 그만큼 일도 많이 하게 되고, 몸살감기로 보름 넘게 골골 대기도 하고, 생전 몇 번 없던 가위도 눌리고.


지도를 제대로 안 봐서 엉뚱한 곳에서 약속 장소를 찾아 헤매고, 지하철과 버스를 반대로 타는 일은 다반사고요. 별거 아닌 말을 못 해서 흘려보낸 아쉬운 시간도 있었더랬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은 나를 무력하게 만들고, 나의 선택으로 인해 생긴 일은 자괴감을 부르곤 해요. 비단 8월뿐이겠어요. 살면서 우리에겐 무력하고 자괴로운 시간이 꽤 많이 찾아오겠죠.


아직 그걸 이겨내는 방법도 벗어나는 방법도 모르겠어요. 맞으면 문지르고 넘어지면 일어나고, 하나씩 생겨나는 흉터를 보며 똑같은 건 만들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또 같은 흔적을 만들고 있어요.


다들 어떻게 이겨내고 있나요.

괜히 혼자 모두의 삶이 존경스러워지는 때입니다.


하지만 분명 저의 8월에도 가분가분 했던 순간이 있어요.

대낮에 맥주 한 잔에 취해보기도 하고, 국립 박물관에서 전 세계의 과거를 보기도 하고, 쇼디치 빈티지 거리도 구경해 보고. 아, 처음으로 파티에 초대돼서 친구들하고 놀아보기도 하고 클럽도 가봤어요! 500년 된 펍에서 마시는 맥주와 틈날 때마다 본 공연들은 저에게 한 여름의 가벼운 그늘이었어요.


적다 보니 행복이 더 많았던 거 같기도 하네요 :)


정신없었던 8월만큼이나 두서없는 늦은 안부를 마치고,

저는 또다시, 보다 가뿐한 가을을 맞이하러 가볼게요.

그럼 이만, 총총!


#런던월간안부 #2024년 #8월

작가의 이전글솔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