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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쎄요 Aug 21. 2017

진심과 진실 사이 <최악의 하루>

 김종관  2016 작품


 

진실과 진심의 차이는 무엇일까.

극 중 운철(이희준)은 전 여자 친구 은희(한예리)에게 전 부인과의 재결합 소식을 알린다. 황당해하는 은희에게  어떻게 진실이 진심을 이길 수 있냐고 답답해하는 그의 모습은 진심이다.



맞다 진심은 그렇게 주관적이고도 이기적인 감정이었다. 너와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진실, 네가 이해해주길 바라는 나의 진심.



이렇듯 <최악의 하루>는 진실과 진심 사이에서 혼돈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배우 지망생 은희가 우연히 만난 일본인 작가 료헤이(이와세 료)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현남자 친구 현오(권율)와 전 남자 친구 운철을 만난 하루 동안의 이야기가 영화를 이끄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은희와 두 남자의 이야기는 현실인지, 은희의 연극인지, 료헤이의 소설 속 내용인지 경계가 불분명해진다. 하지만 불분명함은 오히려 주제로 매끄럽게 이끈다. 현구 남자 친구를 한 곳에서 만나든, 두 명의 팬을 두고 간담회를 하든 우린 그저 그들의 진심만이 가득 채워져 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아우 성하는, 어쩌면 이기적인 그 마음들 속에서 우리는 씁쓸함보다 웃음이 나는 건 아마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아닐까.

그래서 감독은 우리에게 배드 엔딩이 아닌 해피엔딩을 선사한다. 내가 오늘 나빴더라도, 오늘 만난 사람이 밉더라도, 그래서 우리 사이가 틀어졌더라도 결국은 해피인딩일거라는 감독의 덤덤한 위로가 느껴진다.





최악의 하루는 빛이 스며드는 장면들이 유난히 많다. 그 빛 덕분에 주인공들에게 자연스럽게 비치는 빛과 그림자가 영화적 분위기를 한층 더 살갑게 만든다. 자연광의 장점만을 살린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오프닝 씬에서 그 장점은 극대화된다. <최악의 하루>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출판사를 찾기 위해 한참을 헤매는 은희와 료헤이의 모습이 2-3분가량 이어지는데 중간중간 벽돌 사이로 스민 빛과 한옥 , 골목길 인서트를 보고 있으면 당장 익선동에 가서 홍차 한잔 마시고 싶게 만든다. 북촌방향을 보면 북촌에, 지맞그틀을 보면 수원에 가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화려한 미장센은 아니지만 시각적인 즐거움이 큰 영화였던 것 같다.





영화에선 다소 작위적이라고 느낄 만큼 오르고 내리는 장면과 대사가 많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걸어도 걸어도>를 생각하고 찍으셨나 보다.

무튼.

영화가 끝날 때쯤 료헤이와 나란히 걸어가는 은희를 보며 관계의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누군가와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애쓴다. 혼자 실망하다가도 다시 힘을 내서 당기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은희는 현오와 운철을 향해 열심히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지만 결국 그건 그녀만의 관계였다.  결국은 그 끝을 알지 못하더라도, 같이 걸어갈 수 있는 관계가 진정한 관계이지 않을까. 나만의 노력이 아니라 같이하는 노력 말이다. 그 끝은 분명 해피엔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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