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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쎄요 Oct 15. 2017

너와 나의 <라라랜드>

데이미언 셔젤   2016 작품



이전에 관람했을 때 라라랜드에서  붉은 조명과 푸른 조명의 역할은  사랑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서로 사랑할 때는 붉은 조명, 서로에게 소홀해질수록 푸른 조명이 지배적이라고 느꼈다.
아마 그때는 내가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랑에 더 초점을 맞춰서 봤던 탓도 있겠다. 

물론 이번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랑이라는 감정을 놓칠 수 없었다. 싸운 날 혼자 이 영화를 보고 크게 울었고  크리스마스에 같이 보고 나서 엄청 들뜬 마음으로 길가에서 슬쩍 왈츠 동작을 따라 하기도 했으며 집에 가는 내내 ost를 들으며 그들의 사랑에 대해 대화했다. 그리고  a3 포스터를 선물 받았다. 그렇게 나에게 이 영화는 지난 연애 그 자체였다. 





흥미로운 건 오늘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는 것인데,  붉은 조명은 미아, 푸른 조명은 세바스찬 그 자체, 각자의 지향점에 대해 상징 하고 있었다.
영화가 미아의 시점에서 좀 더 친절하다고 가정 할 때, 서로가 만나기 시작하면서 세바스찬 뿐만아니라 미아의 꿈은 굉장 뚜렷해진다. 그때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색은 붉은색이다.  즉 붉은색은 그들의 사랑과 목표, 가치에 대해 말한다. 영화 초반 미아를 둘러싸고 있던 푸른 드레스, 푸른 잠바, 푸른 방이 세바스찬을 만나면서 사라진 걸 보면 어쩌면 세바스찬은 미아가 잊고 있던 자신을 찾게 해준(=꿈을 찾게 해준) 고마운 연인이자 사람이다. 미아에게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주는 세바스찬과 그것을 통해 성장한 미아의 여름은 붉은빛과 함께 눈부시게 표현된다. 





반면 세바스찬은 다소 우울한 푸른 조명을 통해 상징된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그들의 관계가 삐걱거릴 때 혹은 그들의 목표가 불투명해질 때 푸른색이 그들의 삶을 지배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투어로 바쁘던 세바스찬 오랜만에 집에 와서 식사를 하는 씬이 있다. 그 씬에서 둘은 서로의 달라진 가치관을 확인하게 된다. 세바스찬은 자신의 일이 가장 중요해졌고 미아 역시 그것을 인지한다. 그 식사 자리는 아주 짙은 푸른색으로 덮여있었다. 그 순간 우리는 모두 알 수 있다. 미아에게 무한한 응원과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었던, 그렇게 자신의 목표 또한 뚜렷했던 세바스찬이 흔들렸고 그것이 미아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일인극이 망하고 세바스찬과 대화할 때  붉은 조명과 푸른 조명을 나눠서 받지만, 결국 깊은 푸른 조명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건 역시 세바스찬도 마찬가지다. 
즉 세바스찬을 상징하는 푸른색은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감정보다 현실에서 나의 삶, 목표에 가까운 상징이 된다. 그들은 그렇게 조금씩 낭만 속에서 빠져나오고 있던 것이다. 







5년 후  셉스에서 만났을 때 서로가 계속 사랑했다면, 자신의 꿈을 조금씩 포기한 채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지만 그들을 생각은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푸른빛이 말해준다. 그럴 수 없었을 것이고 서로를 사랑하지만 각자의 삶이 중요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미아는 가득찬 푸른빛에서 빠지고  세바스찬은 여전히 푸른빛에서 연주한다. 








 포스터가 붉은빛과 푸른빛이 공존하는 이유는 그들이 한때 사랑과 목표를 모두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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