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팡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즈 Sep 15. 2021

세 아이와 함께 바다 산책이 일상이 된 삶

 '대지와, 바다와, 여인과, 별이 가득한 하늘과 내가 가졌던 첫 접촉은 그러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그의 고백이 무슨 의미를 가진 것인지 나는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크레타.

 그 섬은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제주도의 세 배나 되는 큰 섬이며, 뜨거운 지중해와 에게해의 바닷바람을 품고 있는 곳이다. 눈부신 태양빛과 사시사철 출렁이는 파도소리, 그리고 밤이면 언제나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별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 나는 그곳에 가보지 않아도 이런 것들을 감히 상상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곳 환상의 점 제주 역시도 따뜻하고 아름다운 섬이기 때문이며, 나의 상상력과 유럽 여행을 하면서 보았던 이미지들 때문이다.


  큰 딸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녀온 후, 이른 저녁을 챙겨 먹고 해가 질 즈음에 동네 앞 바닷가를 산책하는 일이 언제부터인지 우리 가족에게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여름에는 해가  있는  동안은 너무 더워서  안에만 있다가 해가지는 어스름에 집을 나서 산책을 했다. 그러다 매일 같이 형언할  없는 아름다운 일몰의 매력에 빠져 일부러 해가지는 시간에 맞추어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다녔다.


 해가 뜨고 지는 단 몇 분은 세상이 신비에 빠지는 시간이다. 나는 일찍이 어린 시절부터 이러한 신비의 매력을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신비는 나이가 들어도 가슴 속 깊이 남는 법이라 나의 아이에들에게 자연이 주는 신비와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남겨주고 싶다.


 예전에 인천에 살던 도시 생활에서는 꿈꿀 수 없었던 여유로움과 신비였다. 아파트 생활을 하던 탓에 매일 저녁 해가 지는 모습은 하늘 높이 솟은 아파트 건물 위 하늘이 물들어 가는 것만 보다가 매일 이렇게 아름다운 붉은 빛이 바다와 함께 물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삶이 좋다.


 이번주는 태풍 찬투가 몰려오는 바람에 집 안에 발이 꽁꽁 묶여 산책을 계속 못나가고 있어서 얼른 맑게 개인 아름다운 일몰을 다시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바꾸고 싶은 선택이 있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