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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즈 Jan 05. 2021

맑고 향기로운 글

법정 스님에게 배우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나의 가장 깊은 생각과 사고를 만져주었고 영혼이 그토록 맑고 깨끗했던 시절을 함께 했던 사람이 바로 법정 스님이였다.

 비록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그의 생각과 삶과 실천하는 작은 행동들이 다분히 진리를 말하고 있었다. 자연을 사랑하고 무릇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소홀히 대하지 않았으며 홀로 있는 고독의 기쁨과 깊은 밤의 심장의 고동소리를 즐길 줄 알았으며 누구에게나 선과 은혜를 베풀었던 사람이었다.

 침묵할 줄 알았기에 그의 말 한마디에는 무게가 있었으며 사랑할 줄 알았기에 또한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이틀 동안 나는 그를 다시 만나면서 항상 이른 새벽에 깨고 이른 밤에 잠들었으며 맑고 향기 나는 영혼을 가꾸기 위해 하루의 삶을 최선으로 살고자 했던 그 시절의 내 모습으로 돌아갔다. 분명 내게도 그가 추구했던 '모든 소유로부터의 자유한 삶의 정신'이 도도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글과 말속에 베인 그의 정신이 나의 정신을 일깨워 서로 공명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분명히 자각할 수 있었다.  


  각 사람의 영혼에도 소리와 색깔이 있기 때문에 잘 어울리는 화음이 존재하는 것이다. 너무 다르지도 않고 완전히 똑같지도 않기에 사람의 영혼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너무 똑같거나 혹은 너무 다르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없고 물과 기름처럼 영원히 나뉘어 버리고 만다.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은 조화로움에서부터 나온다. 설령 아무런 색채가 없는 우리네 전통 수묵화라 할지라도 흑과 백이라는 두 가지 색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기에 텅 빈 여백의 미와 최소한의 붓놀림으로 그린 절제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맑고 향기로운 글은 맑고 향기로운 생각과 그것의 체현으로부터 발현한다. 맑고 향기로우며 땅을 사랑하며 느림의 미학이 살아 숨 쉬고 흙과 바다와 바람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장인匠人', 그것이 나의 가치이며 삶이 본질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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