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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즈 Jan 02. 2021

영혼의 무게

"영혼의 무게라는 것이 있을까?"

 그는 칠흑같이 어두운 깊은 바다 색깔처럼 변해버린 사막의 오아시스 호숫가의 초저녁 하늘을 지긋이 바라보며 내게 물었다. 별이 밝고 영롱하게 총총 떠오르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끼고 잠이 몰려온 나에게 그가 그 어떤 대답을 들으려고 질문을 던진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에게 그저 말을 건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했다. 그는 분명 그 질문을 던지고 내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에 익숙한 행복감을 느낀 것이 분명하다. 나는 그의 오랜 친구이기에 그것을 감지 할 수 있었다.  


 그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거나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단지 내게 묻고 자신이 대답할 뿐이었다.  늘 그랬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말이야. 영혼에도 분명 무게가 있을꺼야.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육체 외에 모든 비물질적인 것들은 형태도 질량도 색깔도 없을꺼라고 생각하겠지만 내 생각은 달라. 영혼은 육체라는 물질적인 것의 상위에 속하는 존재이기에 물질계와 전혀 다른 새로운 차원이 아니라, 그 이전의 차원을 포함한 더 구체적이고 활발하며 energetic한 것이 틀림없어. 그래서 영혼은 육체를 초월超越한 개념인 것이지. 하위는 상위를 품을 수 없지만 상위는 하위를 품을 수 있는 법이지. 영혼의 무게는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견실하며 빛을 뿜어 내는 무거움일꺼야."

 나는 그가 하는 말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언제나 그와 대화하는 것이 좋았다. 대화의 내용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사람이다.  

 나는 벌써 수 년도 더 전에 느꼈던 이 사실을 이제야 다시 깨닫는다.  

 그 사람의 말의 내용보다 그 사람이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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