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찾아온 내가 글 쓰는 이유
나는 여전히 때가 묻은 낡고 오래된 일기장에 모나미 펜을 한 자 한 자 눌러 나의 글을 쓰고 있다. 줄이 없고, 누런 재활용 용지에다가 1년을 다 써도 한 권을 끝내지 못하는, 해리포터에 나올법한 마법서 같은 그런 일기장이다.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무한한 창조와 자기 고백이 가득한 백지에 나 라는 존재의 과거와 정신을 쏟아내다 보니 어느새 스무 권이 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만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공간이 되고야 말았다.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어린 시절은 학생에게 주어진 의무감으로 시작, 일상의 기록에서 감정의 해소 공간을 발전하더니, 결국은 나의 생각과 철학으로 발전했다.
그러다 지난 몇 달간 아내와 오로지 육아에 매달리느라 온전히 글을 쓸 시간과 이유를 찾을 수 없다가 애들이 곤히 잠든 깊은 밤중에 잠이 불현듯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모두가 잠이든 깊은 밤, 멀리 거실 창으로 유유히 바다에 뜬 고기잡이 배의 불빛이 밤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가르고 별이 총총히 뜬 그런 밤이었다.
이날 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평생 글을 쓰는 순간마다 나는 신과 조우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존재 앞에서 나는 홀로 질문하고 해답을 찾는 한 인간이 되기 위해 오늘도 펜을 진이 겨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