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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즈 Jan 15. 2022

연구의 시작

남성과 여성에서 남편과 아내로

  서문.


  내가 아내와 나의 관계에 대해 한 번 깊이 연구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순간들이 여럿 있었지만 대게는 안정적이고, 평온한 관계였을 때가 아니라 '도대체 왜 저러지?'라는 의문과 함께 이해할 수 없는 감정적인 변화가 서로에게 가득 차올랐을 때처럼 불안전하고, 불편한 관계가 되었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냥 이번만 넘어가면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생각에 시간만 보내다 보니 반복되는 갈등과 다툼으로 서로에게 회복되지 않은 상처만을 남겨주고 말았다. 나는 이러한 관계의 결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더 이상은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라 결론을 내렸고, 먼저 내가 상대방에 대해 과연 얼마나 잘 알고 이해하고 있으며 또 아내로서 한 여성으로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확인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와 동시에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다시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려고 한다. 


 이 연구의 결론이 어느 방향으로 끝이 날지는 사실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결과를 알 수 없는 연구의 시작을 하려니 떨리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어떤 국면에서는 서로의 극단적인 인간다움의 치부와 맞닥뜨려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제 아내 연구를 시작해 보겠다.


 (그녀는 나의 브런치를 구독하고 있지 않기에 내가 그녀와 나와의 관계에 대한 어떤 이야기나 이론을 펼치든 크게 상관치 않을 것이다.)


 먼저 아내와 나와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부 관계에 관한 글을 소개하고, 나와 아내가 함께 해온 지난 8년의 시간과 기억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하나씩 들여다 보겠다. 



 "스승이여 결혼이란 무엇입니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함께 태어났으니 그대들은 영원히 함께 있으되 죽음의 하얀 날개가 생을 흩뜨리는 시간까지이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는 빈 공간을 두어서 하늘의 바람이 자유롭게 춤추도록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서로 사랑으로 속박하지는 말라.

 오히려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에 저 출렁이는 바다가 있게 하라.

 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한 개의 잔으로 마시지는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같은 덩어리의 빵을 먹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되 그대들이 각자 홀로 존재함을 잊지 말라.

 현학기의 줄들이 같은 음악을 연주할지라도 서로 떨어져 홀로 있듯이.

 마음을 주되 상대방 고유의 세계 속으로는 침범하지 말라.

 오직 생명의 손길만이 서로의 심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서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붙어 서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은 떨어져 있어야 하며,

 떡갈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남성과 여성은 남편과 아내가 된다. 


 서로 다른 부모로부터 태어나 각기 다른 지역과 배경과 교육과 환경과 관계 속에서 살다가 대부분 다 큰 성인이 되어서야 진지한 만남을 가지고 결혼을 한다. '결혼結婚'이라는 단어 자체도 혼인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서로 하나로 맺어준다는 말이지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겠나? 


 처음 만남이 이루어지고 다만 몇 년간(이것도 긴 시간이겠다. 몇 달이 맞겠다, 어떤 이에게는 몇 년의 시간이겠지만 결국은 시간 앞에 모든 사랑의 감정은 무릎을 꿇는다)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속임수에 속아서 서로의 허물도 이뻐 보이고 다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다짐하지만, 감정이 식고 나면 서로의 다름이 곧 서로를 틀림으로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그 때부터 갈등과 화해, 불이해와 불일치, 고통과 평화의 반복이 시작되는 것이다. 


 또 하나 나의 독자들이 알아주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나의 글에서 내가 나라는 1인칭 남자의 시선과 관점으로만 아내를 바라보고 판단한다면 이는 틀림없이 편협적이고 주관적인 해석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나와 그녀의 기록에 의존한 전지적 3인칭 시점에서 바라본 남성(그의 이름은 이상理想 이다)과 여성(그녀의 이름은 미정未情 이다)에 대해 연구할 것이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나와 함께 이 연구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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