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즈 Jul 30. 2020

중국이 점령한 땅, 티베트인의 자유는?

내가 티베트 여행기를 쓰는 이유에 관해

 예전에 내가 다녀온 티베트로의 긴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 뒤, 나는 어떤 의무감과 끌림에 이끌려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앞으로 전개해 나갈 이 글에서 나의 자유롭고 신비한 여행의 경험을 적어나가겠지만 지금 먼저 꼭 언급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티베트의 역사적 진실


 그것은 내가 몇 달간 길을 걸었던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를 품은 티베트 땅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평화롭고 여유로우며, 명상과 어떤 불교 수행법을 배울 수 있는 그런 티베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겉으로 드러난 티베트라는 땅은 평화롭고 여유롭게 보일 수도 있으나 역사적 진실을 조금만 깊숙이 파헤쳐 보거나 그 땅에 직접 가본다면 누구나 티베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티베트인들의 조국과 민족과 땅에 대한 과거의 진실, 그리고 그들이 여전히 원하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평화에 대한 생각일 것이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이러한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과거의 티베트인들은 중국 공산당에게 전쟁을 통해 땅과 주권과 자유를 빼앗겼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6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현대의 티베트인들은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민족성을 점점 상실하고 있으며, 언어와 의식과 문화도 점점 한족화(漢族化)되어가고 있다. 또한 한국을 포함한 다른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거주 이전의 자유, 생존의 자유, 교육과 사회 진출의 자유가 이들에게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며 점점 더 그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나의 글이 여행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내용도 꽤나 비중을 두어 다룰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언급하는 중요한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그 첫 번째 이유는 티베트 문제에 관한 한국 사회의 너무나도 적은 인식과 관심 때문이다. 


 여기에 먼저 역사적인 몇몇 사건들을 잠시 언급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950년에 북한 인민군이 남침을 한 후, 맥아더 장군의 인천 상륙 작전으로 남북의 전세가 다시 역전된 상황에서 북한 공산당을 도우려고 중공군이 개입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6.25 전쟁 발발 바로 한 해 전인 1949년에 중공군이 수백만 명의 티베트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지금까지 그 땅을 점령한 사실에 대해서는 거의 다가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당시 UN은 티베트 사태를 돕기 위해 UN군의 파병을 촉구하는 달라이 라마(현재 제 14대 달라이 라마인 텐진 가초)의 간절한 요구에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최대 접전 지역이었던 한반도의 손을 들어주었다.


 따라서 한국은 UN군의 도움에 의해 나라를 다시 되찾고 자유를 누리게 되었지만, 티베트는 국제 사회의 관심에서 외면당한 채 나라와 땅과 자유를 잃고 살아가게 돼 버렸다. 이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 것인가? 이것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난제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한국사회가 이러한 인식과 관심을 조금이나마 가질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티베트 친구에게 진 개인적인 빚

 

 내가 티베트에 관한 기행을 쓰게 된 또 다른 이유는, 내가 티베트에 진 개인적인 빚 때문이다. 나는 처음에 여행길에 오를 때에 지나 온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고 싶은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으로 그 길을 나섰다. 그런데 길을 걷는 동안 그러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나는 길 위에서 수많은 티베트인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대화하고 먹고 마시고 울고 웃으면서 나도 모르게 내 개인적인 여행의 목적을 넘어서 어떤 더 큰 여행의 목적과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또한 그들은 내가 티베트를 여행하는 동안 나에게 나라와 땅의 자유를 빼앗기고 중국으로부터 억압당한 민족사적인 비극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순수하게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사심 없이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 땅에 아무 연고도, 관련도 없는 이방인인 나조차도 자신들의 가족인 양 따뜻하게 맞아주고 사랑해 주기까지 했던 티베트인들의 착한 심성과 순수함을 통해 지금의 나는 자유와 사랑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까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는 더 이상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중국령(領) 시장자치구에 갇혀 사는 티베트인들을 위해, 그리고 나의 첫 번째 티베트 친구 반쥬를 위해서라도 그들의 삶과 문화와 잃어버린 역사를 나의 기행에 담아 세상에 내어 놓으려는 시도를 해 보려 한다. 이 글은 그리 상업적이지도, 세간에 어떠한 화제를 불러일으키지도 못할, 조금은 중요한 주제를 다룬 여행기이기에 나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실하게 티베트인들의 과거와 현재 속에 숨겨진 역사와 현실 생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보려고 한다.


 이미 2020년의 뜨거운 여름이 피부로 성큼 밀려왔다. 늘 삶의 고비 때마다 변함없이 하늘과 구름과 바다를 바라보면서 사랑과 개인적인 과오와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 배워왔던 나의 젊은 날은 이미 옛 과거로 지나가 버렸지만 여전히 내 가슴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과거를 돌아본 그 시점에서, 나는 언제 어디서나 가슴 깊은 꿈속에서부터 들려오던 시원한 바람 소리의 종착지이자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답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들의 성지였던 티베트에서 날마다 살아 숨을 쉬며, 그들과 함께 대화하고, 서로 손을 맞잡는 행복을 누렸었다고 이제는 당당하고도 진실하게 고백할 수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러한 행복이 그 전까지의 모든 삶이 잘못된 선택의 연속이자 실패라고만 여겨왔던 나의 영혼을 완전히 새롭게 변화시켜 주었던 것이 분명하다.



 꿈은 이루었느냐 보다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현실의 일상으로 돌아간 후에 무엇이 과연 나를 그 먼 곳까지 가도록 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니 그것은 여행의 기억조차 잊어버릴 만큼 바쁜 삶을 살아오다가도 불현듯 떠오르는 히말라야의 바람이었다. 세상의 모든 영혼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불어오는 히말라야의 바람이 그 먼 곳까지 나를 이끌어 갔던 것이다. 그 바람은 티베트 사람들의 꿈과 소망을 담고 있었고, 그 속에는 나의 자그마한 소망과 꿈도 담겨 있었다. 


 여행은 꿈을 담기에, 그리고 그 꿈을 실현시키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인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동 티베트의 도보 여행길을 소중한 기억과 추억을 담아, 이 소소한 기록으로 이제야 세상에 조심스럽게 내어 놓는다. 


 이 글을 호기심으로든, 어떤 관심으로든 고민하며 어렵게 첫 글을 넘긴 모든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쓰자면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마라는 것이다. 그 꿈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하찮아 보이고, 무엇이든 간에 절대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꿈은 그것을 ‘이루었느냐, 이루지 못하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졌느냐 가지지 않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이 빈 공간에 아직까지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았으리라 생각되는 나의 티베트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세상에 풀어보려고 보려고 한다. 물론 지금까지 많은 중국인들과 일부 소수의 외국인들이 그곳을 지나가거나 여행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으로서 그곳을 걸어 여행한 사람을 나는 아직까지 만나보지도 못했고, 인터넷상에서도 그러한 글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 여행의 기록이 티베트(그중에서도 중국 영 동 티베트 지역)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좀 더 유익하고 가치 있게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나의 여행기를 읽고 더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티베트로 직접 가보았으면 하는 남다른 소망을 담아 설레는 첫 기록을 시작해 본다.  


(앞으로 시리즈로 계속 발행 예정)

매거진의 이전글 해발 4000m 고원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