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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즈 Jan 27. 2022

오만과 편견의 껍질이 벗겨질 때

 <오만과 편견>

 상대방에 대한 오만과 편견의 껍질이 벗겨질 때,

 서로에 대한 진정한 통찰이 빛을 발하게 된다.


 이상은 그녀의 육체에 매료되었다. 반면 그녀는 그의 순수한 영혼을 보았다. 이상은 육체보다는 영혼의 세계에 더 가까웠으며, 언제나 보이지 않는 정신의 세계, 책과 영혼과 유토피아만을 생각하며 살아왔고, 미정은 그 따위 영혼보다는 당장 다음 달을 살아갈 생활비와 자신의 외모와 패션, 그리고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살아왔다.


 따라서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 다른 양극, 절대 같을 수 없지만 멀리서도 서로의 힘에 의해 자신을 끌어당기는 매력, 자신이 가질 수 없었던 양극단에 존재하는 이성, 한 번도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로의 만남 같은 것들의 결합이었다.


 그래서 사랑에는 분명 어떤 마법 같은 것이 깃들어 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또 어디에 있는지, 또 무엇을 하든지 간에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하는 모든 것이 황홀하게만 느껴지니 말이다.


 이상과 미정도 그러한 사랑의 마법 속에 빠졌다.


 그녀의 집에서  사람이 함께 사는 동안 그들은 항상 근처 재래시장에 신선한 재료를 사다가 함께 밥을  먹었고, 밤이 새도록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의 삶에 존재하지 않았던 지난 시간을 서로의 삶에 새기느라 시간이 언제나 부족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언제나 숨이 멎을 정도로  번이나 사랑을 나누는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러곤 깊은  에 빠져 들었다.


 하루 두 번, 서로를 위해 각자 요리를 준비하고 정성스럽게 식사를 대접했다. 누군가를 위해 쌀을 씻고, 계란을 굽고, 국을 끓이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이상 역시 이러한 행복을 처음으로 느꼈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주고, 자신 또한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순간의 행복은 지금까지 그가 느껴왔던 정신세계에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삶의 안정감이라는 행복이었다.


 그들이 각자 일을 다시 시작하기 전까지 일상은 아주 단순했다.


 하루의 두 끼를 정성스럽게 직접 해 먹고, 밤늦게까지 각자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사랑을 나누고 깊고도 편안한 잠을 잤다. 그리고 가끔은 서울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대화를 나누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나 서점에 들러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책을 골랐다. 일상적이며 평범한 시간의 반복은 사람의 영혼에 평화와 사랑과 열매를 낳는 법이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고, 몇 일인지는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두 사람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단지 서로의 존재 자체였다.

 그것만이 그들의 삶의 유일한 이유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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