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시트콤 찍기 4편
나는 심각한 길치다.
기본적으로 방향 감각도 없는데 주변 건물이나 풍경들을 주의 깊게 보고 다니지 않아서 몇 번 가본 곳도 잘 못 찾는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 그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항상 지도를 보면서 움직이는 편이다.
그럼에도 골목에서는 헤맬 때가 많아서 친구와는 지하철역이나 큰 건물 앞에서 만나서 같이 움직이는 편이다. 사실 지하철 이용할 때도, 살짝 방심하고 표지판과 방향 안내표를 잘 안 보고 내 느낌대로 타다가 반대 방향으로 탄 적도 많다.
해외에서 혼자 움직일 때에는 길을 못 찾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더 커져서 구글 지도에 코를 박은채 움직이는 편이다.
그런데 참 웃긴 게, 지나가는 모르는 분들이 나한테 길을 묻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혼자 지나갈 때 외국인 여행객이나 방향을 잃은 한국분들이 가끔 길을 물어보신다.
내가 도움이 안 되는 처지라 웬만하면 눈길을 피하는 편인데도 걸린다.
그래.. 한국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왜 외국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
옛날에 맨 처음 유럽 여행으로 프랑스 파리를 갔었다.
친구와 둘이 파리에 잘 도착한 후, 그다음 날 시내 관광을 위하여 지하철역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생전 처음 구경 해 보는 파리 지하철, 어디서 표를 끊고 어디로 가야 하나 두리번거리며 있던 차였다.
그런데, 어디선가 나타난 유럽 할머님이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서는 뭐라고 뭐라고 지하철역을 물어보셨다.
저요???
심지어 불어로 말씀하셨던 것 같다.
나는 미안하지만 내가 여기 오늘 처음이다..라고 짧은 영어만 던지고 그 자리를 피했다.
왜 나에게 길을 알려달라고 하지?
내가 길을 잘 가르쳐주게 생긴 자국민 동양인 상인가?
이 상황이 웃겨서 친구와 한 참을 얘기하며 이동했던 추억이 있는데 그 이후에 미국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그 누구든 도움이 안 되는 나에게 길을 묻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