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폐에는 오직 그 분만 존재한다.

얼굴이 똑같은 지폐, 현금인출기의 모양

by Mollie 몰리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걸 중국 정착 초기에는 체감적으로 느끼지 못했다. 그냥 눈에 보이는 새빨간 배경 천에 중국어로 휘갈겨진 큰 현수막, 상점에 몇몇 직원들이 한 팔에 차고 있는 빨간 완장, 아파트의 경비원들 조차 꼿꼿하게 서 있고 경직된 모습 등을 볼 때


여기가 북한인가? TV에서 보던 북한 모습 같아.

라고 느껴질 정도로 뭔가 소름 끼치게 오싹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중국에 산다는 건 내가 이 문화에 크게 동화될 필요성도 없고, 이 사람들처럼 행동하지 않아도 되는, 중국에 살지만 한국인도 중국인도 아닌, 이방인이었기에 사회주의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가 학교에서 트립을 가게 되어서, 쇼핑몰에서 점심을 먹을 계획이라고 혹시 몰라서 현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현금을 거의 이용하지 않고, 위챗(Wechat, Weixin) 혹은 (Alipay, zhifubao)라는 전자 결제 시스템을 이용한 QR코드 결제를 대부분 이용한다. 그래서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보니, 당연히 현금이 집에 있을 리가 없다.


중국 초기 은행 경험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은행에 가서 출금을 하려는데, 정착 초기에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고 현금인출기를 이용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중국의 한국 계열 은행이라서 다행히 한국말이 가능한 중국 직원들이 앉아있다.


그런데 내 느낌에는 마치 교도소 면회를 하듯, 큰 플라스틱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고, 최소한의 말소리를 듣기 위해서 얼굴 위치에 구멍이 뚫려있는 게 한국의 오픈된 은행과 너무 달라서 낯설었다.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직원은 마이크 버튼을 켜고 이야기를 한다. 더 황당했던 건 여권을 주고 작성 서류를 주고받는데, 급식 시에 이용하는 스테인리스 반찬통처럼 뚜껑이 슬라이드로 된 무언가가 설치되어 있고, 그곳에서 물건 교환이 이루어지니 영 불편하기 짝이 없다.


중국의 한국계열 은행은 한국처럼 주 5일 근무를 하지만, 일반 로컬 은행들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9:00 - 17:00까지 쉬지 않고 근무하는 근성도 가지고 있다. 은행의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처음 중국에 왔을 당시, 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새로운 나라의 은행 경험이 신기하기도 했다.


중국 현금인출기의 폐쇄성

아이가 300 rmb, 한화로 약 55,000원을 요구해서 인출을 하려는데, 전에는 금액 선택이 가능했는지,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 건지, 내가 찾지 못하는 건지, 1달에 타 은행 수수료 무료 인출은 4회뿐이라서 100 rmb씩 2번을 인출하고, 혹시 모를 1번은 나중을 위해 남겨 놓았다.


그런데 또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비밀번호를 누르는 곳이다. 혹시나 누가 볼까 봐 커다란 덮개가 덮여있는데, 나도 가끔 내가 누르는 비밀번호가 보이지 않아서 손가락 사이의 공간을 통해서 비밀번호를 잘 누르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중국의 현금인출기, Photo by Mollie
비밀번호를 누르는 곳은 대부분 이렇게 덮여있다. Photo by Mollie

돈이 나오고, 집에 와서 지갑 속의 자투리 돈을 긁어모아서 아이가 원하는 300 rmb에서 10 rmb를 더한, 총 310 rmb를 만들어 주었다.


하하, 지폐의 얼굴이 모두 같다.

인민폐라고 불리는 중국의 화폐, 100원도, 50원도, 20원도, 무려 10원도 다 모택동(마오쩌둥)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그 나라의 지폐에서 보이는 특성을 보는 재미도 있는데, 중국은 그냥 다 똑같다.

Photo by Mollie

내가 정말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살고 있구나가 체감되는 순간이다.


photo@Eric Prouzet,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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