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정해진 난방공급 기간
처음 중국에 와서 겨울을 나던 시절, 난방공급 기간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일반적인 아파트 중앙난방과 개별난방의 의미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사회주의인 중국은 나라에서 정한 날짜에 국가에서 난방 관리를 자체적으로 실시한다. 일반적으로 베이징의 정식 난방기간은 겨울철인 11월 15일부터 봄철인 3월 15일까지 4개월이다. 15일부터는 난방의 공급 온도가 올라가고 라디에이터의 수압도 상승한다. 슬슬 추워지는 10월이 되면, 난방 날짜인 11월 15일을 기다리면서 전기장판은 필수이고, 집안에 소형히터나, 에어컨을 히터 모드로 바꾸어 작동시켜서 추위를 면하곤 한다.
한인타운에서 아파트를 찾을 당시에도 한국은 방바닥이 뜨끈한 온돌 문화가 일반적이라서,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온돌집이 인기가 좋지만, 라디에이터 난방을 하는 집들도 꽤 많다. 나도 현재 라이데이터를 사용하는 집에서 거주 중인데, 라디에이터가 작동되기 시작하면 훈훈해지기는 한다.
보통 정식 난방기간 일주일 전부터 시범운행을 하면서, 올해처럼 추위가 빨리 찾아온 해에는 온도를 슬쩍 높게 올려주기도 한다. 어떤 때는 온도를 너무 높여줘서 집에서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있어도 더울 정도로 훈훈하다 못해 땀이 나기도 하지만, 온도를 우리가 조절할 수 없으니, 안에는 늘 반팔을 입고 겉에 긴팔 집업이나 조끼를 입었다가 벗었다가 한다. 늘 시범 난방 기간에는 일 년 내 사용하지 않던 라디에이터라서 열이 순환이 되지 않아서, 관리실 작업자를 불러서 물도 한 번씩 빼주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의 1월 초, 집 한쪽이 물바다가 되어 있다. 남편은 역시나 긴긴 장기출장을 떠나서 나와 아들뿐이다. 여느 때처럼 집안의 대소사는 나의 몫이다. 집이 더 싸늘해지기 전에, 얼른 부동산에 연락을 해서 이 상황을 알리고, 작업자를 불러왔다.
바가지가 모자라서 반찬통에 물을 받고. 물바다를 청소하고 있다가, 작업자 아저씨가 도착하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아저씨한테 마음속의 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온몸으로 이야기를 했다. "여기 물 좀 봐요, 다 새고 있어요."
아,,, 늘 작업자와의 의사소통은 고통의 시간이다. 서로 벙어리가 된 채, 중국인 작업자 아저씨도 중국어로 말하다가 도무지 눈만 껌뻑이는 이 한국인에게 번역기를 사용하여 대화를 시도해 본다. 중국인 부동산과 초보 영어 수준이지만, 영어로 이야기를 하니 아저씨는 영어로 번역기를 켜준다. '한국인입니다만, 중국어보다는 낫네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결국 이 작업자는 진단을 위한 관리소 작업자고, 이제 라디에이터 교체 작업자를 구해서 고쳐야 했다. 나의 든든한 부동산 파트너는 언제나 나를 위해 도와주기에 문제없이 새로운 라디에이터를 교체받게 되었다. 물론 시간은 좀 걸렸지만, 새해부터 집수리로 난장판이었다. 라디에이터의 전체 사이즈를 측정해서 보내주고, 전체 라디에이터의 사진을 보내주었다. 당일 처리해 주는 나의 최고 조력자 부동산과 우리 착한 집주인님이다.
베이징의 난방공급 기간 동안 잘 작동하려면, 이 정도 수고는 감수해야지. 디자인은 예전의 아날로그틱한 라디에이터가 더 마음에 들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사용 중이다.
작업자가 가고 나서 더러워진 바닥을 치우는 것도 내 몫이다. 대충 철거 폐기물은 아저씨가 가지고 가셨지만, 문 입구부터 아저씨의 이동 경로가 고스란히 눈에 보이고, 덕분에 대청소를 한 날이다. 바깥 활동 후 집에 들어와서 이 라디에이터 앞에 캠핑 의자 두고 앉아서 발바닥과 손바닥 혹은 바닥에 뒤돌아 앉아서 등을 라디에이터에 갖다 대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화장실은 물론이고, 집안 곳곳의 라디에이터가 주는 감성에 푹 빠진 채 베이징 겨울 집순이의 생활을 만끽하는 중이다.
이 라이데이터도 3월 15일이 되면 서서히 난방이 중단된다. 그러면 또 공기가 싸늘해지고, 5월까지는 추위와 싸늘한 한기가 맴도는 이 집에서 또 개인 난방용품으로 살아야 한다. 침대에 전기장판과 찜질팩 전기난로, 소형 라디에이터는 베이징 생활에 필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