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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Jan 24. 2024

중국에서 셀프이발 전문가가 되었다.

해외에서 커트 비용 아끼기

우리 집의 남자 둘은 한 달에 한 번씩 이발을 한다. 중국에도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이 있는데, 내가 다니는 곳의 여자 커트 가격은 할인받으면 250 rmb(해외살이로 미용실을 간지가 오래되어서 가격이 좀 더 올랐을 수도 있다.)이고, 남자 커트 가격도 이 가격보다 살짝 아래로 거의 5만 원 전후이다. 남자 둘이 매달 커트를 하기에는 꽤 비싼 금액이다.


그래서 여러 한인 미용실에서 정액권을 끊어서 그나마 저렴하게 펌, 커트, 염색 등을 하지만, 우리는 정액권을 선호하지 않는다. 정액권을 끊었다가 매장 사정으로 인해서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있고, 주재원 특성상 언제 갑자기 귀국할지 모른다.


남편은 초기에 몇 번 가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아서 중국 미용실에서 100 rmb도 안 되는 금액을 주고 커트를 하고 왔는데, 반 황비홍이 되어서 돌아왔다. 희한하게 옆머리를 고속도로처럼 쳐놔서 기르는 시간 동안 애를 태웠다. 가져간 사진보다 항상 많이 짧아져서 돌아오니 좀 많이 촌스러웠다.



한국에서 중국 해외이사 준비 품목 중에 아들의 커트를 위해서 내가 챙겼던 건 바로 이발기세트였다. 나도 남편도 머리를 잘라본 적도 없지만, 남편이 유튜브를 보고 연습하면 아이 머리 정도를 자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아들은 중국에 온 이후로 초기에 한 번 경험 삼아 미용실을 방문하고, 그 뒤로는 남편이 머리를 잘라주고 있다.


초보 이발사인 남편은 점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머리 자르는 기술이 발달해서, 이제는 스타일을 고민해서 자르기도 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아들의 머리가 조금 길었다 싶으면 주말에 날 잡아서 커트용 보자기를 펼쳐서 아들의 머리를 잘라준다. 자기가 원하는 영화를 보면서 집에서 아빠가 잘라주니 너무 편해하고, 이 생활이 익숙해지다 보니 아들도 아빠가 자르는 머리 스타일과 방식에 아주 흡족해하고 있다. 평생 자기 머리를 잘라달라고 이야기한다.

초기 이발기 세트, Photo by Mollie
점점 일취월장하는 이발 실력, Photo by Mollie


아들은 남편이 해결하면 되는데, 남편의 머리가 또 문제이다. 한 달이면 덥수룩해지고, 한국 미용실의 가격도 부담스럽고, 거리도 가깝지 않다. 또 예약을 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해서 늘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은 본인의 머리를 셀프로 자르고 있다. 거울을 보고 옆머리, 뒷머리 등을 체크하며 신기하게 미용실에서 만큼의 전문성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잘 잘랐다 싶을 정도로 용케 셀프 이발로 연명하고 있다.



문제는 뒷머리와 귀 옆 라인이다. 본인이 할 역할이 다 끝나면, 나를 열심히 부른다.

“뒷머리 좀 잘라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머리 자르는 거에 대한 감이 전혀 없고, 심지어 남편처럼 관심도 없다. 그래도 본인의 머리를 자를 수 있는 성인은 나뿐이니, 그냥 믿고 맡기는 게 신기하다. 과감한 나는 남편의 요청대로, 스피디하게 가위질을 하고 이발기를 밀어대며 머리를 잘라준다.


먼저 뒷라인을 남편의 요구대로 옆선을 마름모로 자르고, 일직선으로 라인을 맞춰주고, 귀 라인을 가위로 자라준 후, 대충 빗으로 잡히는 머리를 움켜쥐고 이발기를 밀어대기 시작한다. 늘 느끼지만, 머리를 잘라주면서도 이 상황이 너무 어이없고 웃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할 줄도 모르면서 과감한 내 모습도, 또 나한테 머리를 맡기는 남편도.


나 역시 중국에 온 이후로는 펌을 하지 않는다. 분기별로는 커트는 하러 갔는데, 코로나 시절에는 그것도 안 하다 보니, 맨날 질끈 묶는 게 습관이 되어서 정말 지저분하면 그때 한 번 미용실을 가고, 뒷머리만 좀 자르고 싶으면 나도 셀프로 하다가, 남편한테 부탁을 한다.

"내 뒷머리 좀 잘라줄래?"

남편이 머리를 잘라줄 때의 느낌은 조금 이상하면서도 편안하다. 망쳐도 되는 편한 해외살이라서 조금 삐뚤빼뚤해도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


이발기를 벌써 3개째 교체했다. 남편은 청소기로 바닥에 잘린 머리카락을 다 빨아들이고, 뒷정리를 하면 두 남자의 이발이 마무리를 하게 된다.

“엄마! 내 머리 어때?”

“나 머리 괜찮아?”

매번 어떠냐고 묻는데, 그럭저럭 잘 자른 거 보면 솜씨가 많이 늘었다. 저번에는 남편 머리에 땜빵을 한 번 냈는데, 남편이 괜찮다고 금방 기른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웃기던지.


해외살이에서는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별의별 일을 다 경험하고 강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을 방문하면 제일 먼저 잡는 스케줄이 미용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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