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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Jan 27. 2024

중국 번지수 잘못 찾은 동남아 친구

중국집에도 도마뱀이 온다

도마뱀이라고 하면 동남아 여행을 가서 한 번쯤은 숙소에서 만나는 재빠른 녀석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 우리 집에도 잊을만하면 도마뱀이 한 두 마리씩 출몰을 한다. 특히 날씨 변화에 따라서 모습을 나타내는데, 날씨 좋은 날에는 창문에 화석처럼 붙어있거나, 때로는 여름에 너무 강한 직사광선에 말라비틀어진 불쌍한 사체를 보기도 한다. 때로는 만리장성을 오르다가 도마뱀을 보기도 한다.

만리장성 계단을 열심히 오르는 도마뱀, Photo by Mollie


비가 흠뻑 내리는 날에는 비를 피해서 들어온 건지, 건물 내부에 도마뱀이 붙어있어서 흠칫 놀래거나, 화장실에서 나오기도 하고, 몇 년 전에는 아이방에서 나와서 기절초풍을 하고 아이가 도마뱀을 잡았다. 사진에는 아름답게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잡는 광경은 고성에, 도망가는 도마뱀 따라서 방에서 거실까지 난리를 치며 잡아서 밖으로 내보내 주었다.

Photo by Mollie
Photo by Mollie

신기한 건 늘 남편이 없을 때, 아이와 둘이 있을 때 도마뱀의 출현으로 우리 두 모자는 별별 추억이 많다. 처음에는 열심히 잡았는데, 이제는 그냥 두거나, 자기 가족들한테 가라고 내버려두기 시작했다.



단지에 걸어가다가 길을 잘못 찾았는지 야행성인 고슴도치가 찻길에서 잠자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눈감고 자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참 이곳은 희한한 곳이구나 하면서 고슴도치를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 구경하고만 있었다. 삐죽한 가시가 만지기에는 좀 부담스럽고, 대낮에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모습은 짠하기도 했다. 그때 어떤 나이가 한참 어린 중국 꼬마가 다가와서 같이 구경하다가, 용감하게 고슴도치를 손으로 잡아서 수풀 속 깊숙한 곳에 넣어주어서 해프닝은 마무리되었다.

단지 산책 중에 발견한 고슴고치, Photo by Mollie

바로 어제, 집에 또 도마뱀 친구가 찾아왔다. 이 추운 겨울에 따뜻한 곳을 찾아서 용케도 어디 숨어서 살아있다가 들어온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무서워서 기겁을 하며 아들을 불렀는데, 예전에는 키우자며 엄청 관심 있어하더니, 이제는 좀 컸다고 잠깐 모습을 관찰하다가, "키울까? 아니다. 곧 있으면 사라질 거야." 이러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처음에 놀래서 문을 쾅 닫았는데, 그 소리에 놀라서 혹시나 도망갔을 거라며 다시 문을 열어보니, 역시 눈치싸움 중이다. 도망갈 틈을 타며 꼼짝도 않고 있다.

추위를 피해 찾아온 도마뱀, Photo by Mollie

중국에 살면서 이렇게 도마뱀을 많이 보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근처에 사는 아들의 친구들 역시 도마뱀이 집에 출몰하는 거에 대해서 의연하다. 도마뱀들과 가끔 고슴도치도 나오는 이곳은 동물 천국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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