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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Jan 30. 2024

중국 베이징에서 봄이 두려운 이유

미세먼지보다 더한 황사가 몰려온다.

어제 미세먼지 수치가 80 정도로 오르더니 오늘. 160이 넘었다. 내일까지는 비슷할 거라고 한다.

미세먼지의 나라 중국, 특히 사막이 가까워서 건조한 베이징에서 봄이 오는 건 두려운 일이다. 몇 년 전부터 3월의 봄은 최악의 황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봄에 유난히 공기가 안 좋기도 하고, 아니면 난방이 시작되는 11월 전 10월부터 슬슬 시험 난방을 가동하며 미세먼지가 서서히 안 좋아지기 시작한다.


맑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없어서 기분 자체가 다운되기도 하지만, 창문을 열 수 없고, 잠깐의 외출에도 왠지 폐가 썩어 들어갈 것만 같은 미세먼지는 불청객이다. 예전에는 신기하게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비가 한 번씩 내렸다. 사람들은 그 비를 중국 정부에서 미세먼지를 씻기기 위해서 만든 인공강우라고 이야기했는데, 사실 여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래처럼 이런 일주일은 정말 외출을 안 해도 되는 가정주부 같은 나에겐 다행이지만, 학교 가는 아이와 출근하는 남편에게는 참 고통스러운 한 주다.

그런데, 2년 전부터인가 3월 중순에 갑자기 대낮인데 하늘이 노랗고 어두운 기운이 몰려오며 처음 겪는 기상 이변과 같은 느낌에 겁이 날 때가 있었다. 바로 황사 경보이다. 나는 코가 좀 많이 예민한 편이라서, 개코 수준으로 냄새를 잘 맡는다.


갑자기 바람이 부는데 어디서 흙냄새가 난다. 집에 문을 닫고 있어도 오래된 창문 틈 사이도 흙냄새의 바람이 불어오면, 이건 황사의 사인이다. 황사가 한 번 시작하면 일주일인가?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잠잘 때도 너무 고통스럽다. 집의 창문을 우리가 다 교체할 수도 없고, 그 미세한 틈 사이로 최악의 황사 바람이 불어오니 집안의 공기 청정기들은 모두 다 24시간 빨간색이다. 즉, 그 공기를 다 마시고 있는 거다.


한국에서 가져온 공기 청정기는 24시간을 필터로 열일하느라 빨간불과 함께 공기 청정에 열심이었다. 반면, 샤오미 공기 청정기는 이 무서운 황사에도 30 이하의 청정 공기를 나타내며 깡통처럼 작동하지 않아서, 필터를 교체해 봤는데 같은 결과였다. 이상해서 다른 공기 청정기를 더 구매했는데, 그 기기 역시 빨간불 경고에 계속 센 바람으로 공기 청정 작업을 멈추지 못했다. 보통 미세먼지로 공기가 안 좋으면 200은 기본이고 심하면 300 가까이 가지만, 황사가 올 때는 그 수치는 우스워진다. 1,000이 넘어가기 시작하고, 1,500을 넘으면 정말 호흡 곤란 시점까지 온다. 나처럼 후각이 예민한 사람은 흙냄새로 잘 수가 없다.

베이징 3월 황사, Photo by Mollie
베이징 3월 황사, Photo by Leia
베이징 3월 황사, Photo by Mollie


심한 황사가 지나가면, 좀 살만하지만, 봄, 가을에 특히 심한 미세먼지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깨끗한 공기가 있는 나라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이제 곧 3월이 다가오는데, 이번에는 이런 무시무시한 황사 없이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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