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보다 더한 황사가 몰려온다.
어제 미세먼지 수치가 80 정도로 오르더니 오늘. 160이 넘었다. 내일까지는 비슷할 거라고 한다.
미세먼지의 나라 중국, 특히 사막이 가까워서 건조한 베이징에서 봄이 오는 건 두려운 일이다. 몇 년 전부터 3월의 봄은 최악의 황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봄에 유난히 공기가 안 좋기도 하고, 아니면 난방이 시작되는 11월 전 10월부터 슬슬 시험 난방을 가동하며 미세먼지가 서서히 안 좋아지기 시작한다.
맑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없어서 기분 자체가 다운되기도 하지만, 창문을 열 수 없고, 잠깐의 외출에도 왠지 폐가 썩어 들어갈 것만 같은 미세먼지는 불청객이다. 예전에는 신기하게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비가 한 번씩 내렸다. 사람들은 그 비를 중국 정부에서 미세먼지를 씻기기 위해서 만든 인공강우라고 이야기했는데, 사실 여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래처럼 이런 일주일은 정말 외출을 안 해도 되는 가정주부 같은 나에겐 다행이지만, 학교 가는 아이와 출근하는 남편에게는 참 고통스러운 한 주다.
그런데, 2년 전부터인가 3월 중순에 갑자기 대낮인데 하늘이 노랗고 어두운 기운이 몰려오며 처음 겪는 기상 이변과 같은 느낌에 겁이 날 때가 있었다. 바로 황사 경보이다. 나는 코가 좀 많이 예민한 편이라서, 개코 수준으로 냄새를 잘 맡는다.
갑자기 바람이 부는데 어디서 흙냄새가 난다. 집에 문을 닫고 있어도 오래된 창문 틈 사이도 흙냄새의 바람이 불어오면, 이건 황사의 사인이다. 황사가 한 번 시작하면 일주일인가?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잠잘 때도 너무 고통스럽다. 집의 창문을 우리가 다 교체할 수도 없고, 그 미세한 틈 사이로 최악의 황사 바람이 불어오니 집안의 공기 청정기들은 모두 다 24시간 빨간색이다. 즉, 그 공기를 다 마시고 있는 거다.
한국에서 가져온 공기 청정기는 24시간을 필터로 열일하느라 빨간불과 함께 공기 청정에 열심이었다. 반면, 샤오미 공기 청정기는 이 무서운 황사에도 30 이하의 청정 공기를 나타내며 깡통처럼 작동하지 않아서, 필터를 교체해 봤는데 같은 결과였다. 이상해서 다른 공기 청정기를 더 구매했는데, 그 기기 역시 빨간불 경고에 계속 센 바람으로 공기 청정 작업을 멈추지 못했다. 보통 미세먼지로 공기가 안 좋으면 200은 기본이고 심하면 300 가까이 가지만, 황사가 올 때는 그 수치는 우스워진다. 1,000이 넘어가기 시작하고, 1,500을 넘으면 정말 호흡 곤란 시점까지 온다. 나처럼 후각이 예민한 사람은 흙냄새로 잘 수가 없다.
심한 황사가 지나가면, 좀 살만하지만, 봄, 가을에 특히 심한 미세먼지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깨끗한 공기가 있는 나라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이제 곧 3월이 다가오는데, 이번에는 이런 무시무시한 황사 없이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