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 속에 질서가 존재한다.
땅덩이가 큰 중국은 횡단보도 역시 한국보다 훨씬 넓고 길다. 처음에 중국에 왔을 때 깜빡이는 신호등을 보며 아직 절반 밖에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 우리는 마음이 급해져서 종종걸음으로 차량을 피하며 길을 건넌 기억이 있다. 지금도 시내에서 길을 건널 때는 복잡한 교통량과 더불어 넓고 긴 횡단보도를 건널 때 혹시나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한다.
중국의 도로에는 자동차와 버스뿐만 아니라, 양쪽 대로변에 자전거, 전기 오토바이, 바퀴가 3개 달린 전기 택배차 등 소형 이동수단들을 위한 도로가 있다. 물론 가끔 그 길에 자동차나 택시가 진입하기도 하고, 한쪽에 갓길 주차를 하기도 한다. 또 전기 교통수단이 많아서 뒤에서 뭐가 오는지 소리가 나지 않아서 잘 살펴보고 다녀야 한다.
신호등이 있는 큰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려고 기다리는 위치는 보통 이 작은 갓길 도로에서 몇 발자국 걸은 위치이다. 뒤로는 전기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쌩쌩 달리고, 앞으로는 자동차가 달리는 그 중간에 보행자가 서있다. 신호등이 바뀌면 길을 건너지만, 신호를 무시하는 좌회전 차량이 나의 오른쪽, 또 앞쪽 도로에서 다가오기 때문에, 길을 건너다보면 한쪽 방향에서 또는 양쪽 방향에서 자동차와 마주치곤 한다. 그러면 얼음처럼 긴장하며 서로 각자의 갈 길을 조심스레 간다.
길을 거의 다 건넜을 때 즈음에는 우회전을 하려는 차량과 맞은편 도로의 전기 오토바이, 택배차, 자전거 등을 피해서 가야 하고, 시내에는 갓길에 배달을 위한 오토바이들이 사람과 뒤엉켜서 주차된 복잡한 광경을 볼 때가 많다.
마음은 급하고, 도로는 넓으니 신호도 길고, 결국 많은 사람들의 선택은 무단 횡단이나 빨간 신호등에 신호 건너기이다. 횡단보도가 없는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이 바로 보이는 지름길로 신호 무시와 차량무시를 일삼아 건너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길 중간에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개구멍과 비슷한 풀숲을 지르밟은 통로가 생긴 곳도 있다. 그래서 또 누군가가 그 길을 막아놓은 곳도 있다.
신호가 바뀌면 필요한 것은 '눈치'다.
꼬리물기를 하는 차량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빨간불에 신호를 건널 때는 바짝 긴장하고 정신줄을 차려야 한다. 길을 건널 때 가장 편한 방법은 이 모든 척박한 환경에서도 길을 잘 건널 것 같은 고수의 냄새가 풍기는 중국인 옆에 붙어서 그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 바로 '눈치'가 필요하다.
내가 가려고 할 때 차가 온다고 멈추면, 서로 갈 길을 가거나, 둘 다 멈추어서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 오토바이 배달 차량이 많아서 신호를 건널 때 갑자기 옆을 지나가는 오토바이로 놀래기도 한다. 고수 중국인들 옆에 바짝 붙어서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서 내 발걸음을 맞추면 보통은 신호로 인해, 또 차량의 연결성으로 언제 길을 건너야 할지 모를 때 나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그래서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서 단체로 길을 건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운전을 할 때 가장 특이한 점은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 정지선의 위치가 한국과 다르다. 한국은 옆의 직진 차량과 동일한 정지선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지만, 중국은 그보다 한참 앞선 좌회전 라인을 따라서 정지선이 있다. 그곳에서 좌회전을 기다리다 보니 마치 꼬리물기처럼 좌회전 차량들이 길게 늘어져있다. 또 횡단보도 신호가 초록색일 때 차량의 좌회전 신호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그래서 서로 조심해야 한다.
아침 출근 시간에는 전기 스쿠터를 이용해서 출근하는 출근부대들을 양쪽 길을 통해서 볼 때도 있는데, 신호가 한 번 바뀌면 우왕좌왕 사람, 차 등이 섞여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기도 하고,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무질서로 보이지만, 나름 그 무질서 안에서 질서가 존재하는 거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대다수의 중국인들도 교통 규칙과 신호를 따르지만, 교통량이 많을 때는 서로의 급한 마음이 보일 때가 종종 있다.
사진 출처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