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기 딱 좋은 긴 연휴 기간
중국에는 기나긴 연휴 기간이 크게 2번이 있다. 한 번은 중국의 최대 명절 중의 하나인 춘절(한국의 구정과 같은 음력 설날)이고 또 다른 한 번은 10월의 국경절이다. 공식적으로는 2월 9일 금요일부터 춘절이 시작되었고, 2월 17일 토요일에 끝이 난다. 자그마치 9일간의 휴가인 셈이다. 중국 대륙에서 기차 혹은 자신의 이동수단을 이용해서 고향을 가는 길은 멀기에 춘절이 많이 길다.
특이하게 중국은 연휴를 붙여서 쓰기 위해서 평일의 근무 날짜를 주말로 바꾸어서 주말에 대체 근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에도 2월 4일 일요일과 18일 일요일은 근무하는 날이지만, 회사에 따라서 휴가를 내어서 쉬기도 한다. 국제학교 역시 주말을 포함하여 11일을 쉬니, 외국인인 우리에게나 중국을 벗어나고 싶은 중국인들에게도 여행 가기 딱 좋은 시기이다. 실제로 이웃들이나 아이의 학교 친구들도 보면 중국을 떠나서 따뜻한 나라 또는 해외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많다. 중국 사람과 국제결혼을 한 이웃은 기차를 타고 부모님을 뵈러 가기도 했다.
작년까지 3년 동안 코로나의 막강 파워 통제로 인해서 고향을 못 찾은 중국 사람들은 작년부터 고향을 찾기도 하지만, 여행을 가는 집들도 꽤 많이 있다. 공식적으로는 2월 9일 금요일부터였지만, 회사 또는 영업장에 따라서 5일 월요일부터 휴가를 내서 긴 휴가를 갖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역시 부동산 계약을 앞두고, 주말에 집투어를 했다. 하지만 춘절이 겹치고, 부동산 직원도 월요일에 고향으로 떠나버리는 바람에 2주 뒤에나 계약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원래 초기에 중국에 왔을 때는 춘절에는 대부분의 마트나 식당 등이 문을 닫고, 배달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이 긴 시간 동안에 먹을 만한 음식이나 생필품을 준비하는 분위기였다. 물, 쌀, 김치, 생필품, 반찬 주문 배달 등 서둘러서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코로나 때도 문을 닫지 않고 영업하는 분위기가 이어져서인지,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어딜 가나 문을 연 식당들도 많고, 마트 배송도 평상시처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 중국 쇼핑몰의 하나인 징동(Jindong, 京东) 역시 '징동은 춘절에 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내세워서 영업 중이다.
코로나 이전에 주재원 가족들은 춘절, 청명절, 노동절, 국경절 등의 기간에 중국의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었으나, 코로나 때는 모든 게 불가능했고, 이제 다시 작년부터 슬슬 여행지를 찾아서 떠나는 가족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 가족에게 춘절은 가족의 만남의 시간이다. 항상 출장으로 인해서 집 떠난 남편이 돌아오는 기간이라 이 시간을 목 빠져라 기다린다. 초기에는 베이징에서 온천 여행이나 근거리 여행을 다녔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중국 여행'에 대한 마음의 문이 많이 닫혔다.
작년에 남편은 코로나로 인해서 춘절에도 돌아오지 못했지만, 다행히 올해는 무탈하게 잠시 베이징을 찾은 우리 집 가장과, 특별한 명절 음식이나 여행 계획이 없이 가족끼리 집에서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특히나 올해는 귀임을 앞두고 있어서, 안 그래도 심란하고 부산한 마음을 정리하며, 우리 가족 나름대로 Good-bye, Beijing! 프로젝트로 좋아했던 장소, 좋아했던 음식 혹은 필수코스지만 못 가본 곳 등을 소소하게 방문하며 나름 우리 인생에서 긴 삶의 터전이었던 이곳과 이별할 준비를 하고 있다.
베이징으로 설명절을 보내러 온 가족의 모습을 여기저기서 보면, 우리 역시 가족들과 명절을 보내며 수다 떨고 행복했던 기억이 그립기도 하고, 기름이 지글지글한 명절 음식을 하는 며느리로서의 모습은 참 불편했지만, 또 그 음식은 먹고 싶은 생각도 들어 주문도 했다. 가족끼리 있어서 외롭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우리처럼 계획이 없으면 평일과 다름없는 조금은 무료한 긴 명절을 보내기도 한다. 돌아서면 다음 끼니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부로서의 부담감은 똑같은 것 같다. 그래도 해외살이를 한다는 이유로 한국 명절의 부담감에서 해방된다는 장점은 존재한다.
여기저기 빨간색 '복'자 글자와 홍등이 걸리고, 거리에 나가면 온통 붉은빛으로 가득한걸 보니 중국인들의 설날 명절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밤새 폭죽 소리도 들리고, 고향에서의 여러 즐거운 이벤트를 하는 모습들이 위챗 모멘트를 통해서 올라오기도 한다. 한국의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통해서 인사를 하고, 안부를 전했다. 한국은 월요일까지 쉰다고 들었는데, 중국은 다음 주까지 아직도 일주일의 휴일이 남아있다. 여행 가면 최고인데, 왜 가기 싫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