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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Dec 15. 2023

공안에게 감시당하는 구매자가 되었다.

너희 집에 드론 있니?

중국 공안, 즉 경찰이다. 처음에 중국에 왔을 때는 뭔가 '공안'이라는 중국 경찰에 대한 강한 선입견으로 보기만 해도 '저게 공안차야? 공안이야?'이러면서 괜히 긴장되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처럼 죄지은 게 없는데 굳이 벌벌 떨 필요가 없다는 걸 느끼며, 이제는 외국인인 우리에게는 공안의 존재가 조금씩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공안을 만날 일은 거의 없지만, 꼭 만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주숙등기 확인'을 위한 갑작스러운 중국 공안의 자택 방문을 할 때이다.


중국에서는 이사를 하게 되면, 한국에서 주민센터에서 주소 신고를 하듯이, 지역의 경찰서나 파출소에서 신분증인 여권을 가지고 주숙등기라는 걸 하게 된다. 이사 후에 단지 관리사무소에 여권을 제출하면, 신분 확인과 이곳에 살고 있다는 걸 입증하는 종이를 주고, 그 종이를 근처 경찰서에 가지고 가서 주숙 등기를 한다. 이 종이를 잘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작년에 갑자기 누가 노크를 하는데, 구멍을 통해서 보니 중국 경찰 옷을 입은 공안들이었다. 말도 안 통하니 답답할 테고, 오래 살다 보니 무섭다기보다, "왜 이 시간에 갑자기 자택 방문이야. 주숙 등기한 거 몰라?"이런 심정으로 귀찮은 듯 문을 벌컥 열어주었다.


외국인인걸 알면, 그들도 핸드폰을 얼른 꺼내 들고 번역을 하기 시작한다. 주숙등기증을 보여달라는 그들의 말에, 갑자기 우리 집은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주숙등기증, 잠깐만 기다리라고 3명의 공안 무리를 10분 이상 세워두었다가, 파파고 번역을 통해서 이야기했다.


주숙등기증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찾아보고 연락 줄 테니 위챗을 연결하자.

그 뒤로 주숙등기증을 보여주고 한 단락 마무리 되었었다.




이 위챗이 또 화근이었다. 갑자기 며칠 전에 중국 공안의 위챗방에 중국어로 가득한 글씨의 톡이 왔다.


당신 집에 작은 드론이 있습니까?

뭐야, 이 사람은 또! 우리가 드론이 있는 걸 어떻게 알지? 알고 물어본 건지, 그냥 찔러본 건지. 처음에는 잘 대답해 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는 기내에도 들고 탈 수 있는 소형 드론을 여행용으로 가지고 있고, 드론 금지 구역에서는 자동 센서로 드론이 작동되지 않는다. 처음에 집에서 샀을 때 작동되는지 보려고 켜본 게 다였고, 그때 뭔가 신호가 잡혀서 우리한테 물어본다고 생각했다.


처음 드론 구매 시에, 베이징에 등록을 하려고 중국 직원들을 통해서 물어보니, 작은 소형 드론은 등록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 우리가 하려다가 에러가 나고, 결국 하지 않았었다. 또 허가가 되지 않은 구역은, 아예 드론이 작동을 하지 않았다. 집에서 조차 작동되지 않았다.


현재는 드론이 없지만, 과거의 사용 내역 때문에 문의를 하는 줄 알고 대답을 해주다가 기가 막힌 문장이 내 눈에 번역된 말로 딱 들어왔다.

그가 살 때 남긴 주소는 당신의 현재 주소입니다.


뭐야, 우리가 판매했던 업자한테 리스트를 받아서 그걸 추적하고 있었던 거야? 세상에나, 뭐 이런 개인 정보도 하나도 없는 나라가 다 있어.


예전 같으면 굽신거리며 무서워했을 공안이지만, 긴긴 코로나 통제로 인해서 웬만한 통제 따위는 무섭지도 않은 용감한 이방인이 된 나는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했다.


[공안과 나의 위챗 기록들]

Photo by Mollie

구매한 지 몇 년도 더 된 드론의 브랜드, 모델, 비행제어 일련번호, , 장비의 출처 등의 정보를 요구했다.

Photo by Mollie

용감한 한국인 이방인은 남편 직장지 주소까지 보내달라는 말들에 슬슬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하고, 왜 갑자기 사용 안 한 지 오래된 드론의 출처를 묻는지 따져 묻기 시작했다.

Photo by Mollie

사실, 중국에서 여행에 대한 욕구가 사라진 지 오래고, 어차피 귀임을 앞두고 있어서 여름에 한국 갈 때 동생한테 맡기고 왔던 드론인데, 이제 와서 중국에 우리 드론의 정보를 입력하고 싶지 않았다. 드론은 현재 한국에 있으니까. 만일 동생이 드론을 사용하면, 또 우리가 귀임 후에 어느 나라를 가건 그 정보가 중국에 남아있는 게 꺼림칙했다. 거기에 남편의 직장 주소를 왜 물어보는지 기가 막히다.

Photo by Mollie
Photo by Mol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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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우리가 드론을 산 사실을 판매 업자를 통해서 리스트를 받고, 우리가 드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연락한 것도 기분이 나빴지만, 계속해서 한국에 곧 돌아갈 것이라는 의사를 밝히고, 현재 이곳에 있지 않은 드론에 대한 기체 번호를 요구하는 게 부당하다고 이야기하며 따지기 시작했다.


현재 전체 북경 전체의 드론에 대해서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고 했고, 파출소에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결론은, 우리가 현재 드론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 본인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끝이 났지만, 상당히 불쾌한 대화였다.


위챗도 통화도 사실 중국에 사는 사람들끼리는 이거 감시되고 있다고, 위챗에 쓸 때도 중국에서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쓰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위챗의 번역 기능도 우리 같은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편리한 구조이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감시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외국인들의 말을 감시할 경우에 빠른 '위챗 번역' 기능이 그들에게 큰 수고를 덜어주는 역할을 할 것 같다.


우리는 감시당하고 있었어, 우리의 개인 정보는 이미 오래전부터 털렸어. 중국살이가 싫어지는 순간이었다. 겉보기에는 개인적이고 자유롭게 사는 듯하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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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T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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