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사람이다.
해외살이는 인생에서의 새로운 경험, 도전, 설렘의 긍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오래 해외 체류를 하다 보면, 해외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여러 경험들을 통해서 피부로 느끼게 된다.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평생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오다가, 남편의 주재원 발령으로 인해서 중국으로 오게 되었다. 아이는 자연스레 초등학교 때부터 국제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중국 생활을 통해서 그 좋아하던 한국사를 거의 잊어버린 상태지만, 기념품으로 사서 애지중지하던 불국사와 석굴암 옆에 시안의 병마용들이 함께 서 있고, 외국의 문화를 경험하며, 또 세계사에 눈을 떠서 여전히 역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이이다.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산다는 것은, '이방인'으로서, 이곳에서의 신분증은 주민등록증을 대신한 여권이고, 몸은 이 나라에 있지만, 마음은 대한민국에 기울어져 있는 뜨내기의 기분으로 살게 된다. 또, 현지에서 만나는 로컬 사람들 혹은 외국 사람들이 '너는 어디에서 왔니?'라고 묻는 동시에, 각자가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기본 정보나 배경지식에 따라서 우리는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불쾌한 감정을 들게도 하는 그러한 사람이 되고 만다. 초면에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입견에 따라 보일 수밖에 없다.
아이는 국제학교 생활을 통해서 세계 여러 나라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 나라인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이 커져가고 있었다. 아이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며, 또는 친구들과의 대화나 사소한 자존심 대결에서, 어릴 적에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아이가 다행히 고맙게도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사람이다.'라는 자신만의 신념을 갖게 되었다.
특히 개중에 세력 다툼을 좋아하거나, 약간 과시욕이 있는 외국에서 온 짓궂은 친구들, 혹은 본인 나라가 작거나 강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괜히 시비성의 주제를 던지는 친구들이 있다.
예를 들어서, 아이들끼리 몇몇 모여서 군사력이 강한 나라 랭크를 구글링 하거나, 연합 나라끼리 뭉치거나, 학교에서 친구들이 한국의 유명한 BTS를 좋아하며 그들의 노래를 부르면, 그걸 이상한 가사로 개사를 해서 앞에서 부른다거나, 또는 괜히 '나는 BTS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 유명한지 모르겠다.' 등 묻지도 않은 말을 하며, 아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려고 했던 그런 친구들이 있다.
아들은 유행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심지어 BTS를 외국 친구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멀리해야 할 종류의 외국 학생들이다. 뭔가 자기 나라가 한국보다 못하다는 생각에 무언가 이겨보려고 하는 것 같다. 어리니 유치하기 짝이 없다.
학교 생활을 하다 보면 어떻게 부딪치게 되고, 또 놀다 보면 매번 그러는 게 아니니, 잊고 지내다가 또 한 번씩 건드려지는 일종의 Bully(괴롭힘)이다. 아이 성격에 또 친절하게 '너 말은 틀려, 아니야. 네가 뭐라고 해도 나는 대한민국이 최고야.'라고 외치며,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을 하면서 혼자 외로운 싸움을 했던 적도 있다. 하필 또 우리는 아직까지 분단국가이고, 중국에서 최악의 코로나 상황을 겪으면서, '아시안 비하'가 심했던 시절에 중국에 있었어서 더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서, 아이가 한국에서 사 온 연필을 쓰고 있으면,
'너 그거 북한 연필이니?'라며 알면서 일부러, 아주 수준 낮은 질문을 하며, 아니라고 해도, 맞는 것 같다고 우기는 그런 아이들도 있다. 우리는 어른이고, 이성적이므로, 애들이 어려서 그러려니도 하지만, 대한민국을 떠나서 생활하는 아이 입장에서는 점점 더 내 나라에 대한 소중함이 커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절대 굴하지 않는다. 끝까지 순수하게 이야기해 준다.
'여기 안 보여? 북한이라고 안 쓰여 있어.'
지금은 어릴 때의 한 순간이었던, 지나버린 기억의 한 페이지지만, 여전히 건전하게 외국 친구들과 한국 홍보에 앞서고 있다. 축구는 SON이 최고라며 이야기하고, 본인의 프로필도 이순신이다. 갑작스러운 프로필 변화에 이유를 물어보니, 그냥 좋아서 했다는 게 그 대답이다.
아이는 축구를 Play Station의 FIFA를 통해서 좋아하기 시작했고, 아빠가 좋아하는 EPL(England Premier League)의 광팬이다. 우리 SON, 손흥민 선수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는지, 김민재, 이강인 선수의 활약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는지, 아침마다 그들의 안부를 확인한다. 손흥민 선수의 은퇴 전에 영국을 가서 경기를 보는 게 두 부자의 꿈이기도 하다.
손흥민, 김민재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다니거나,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한국에 방문했을 때 사 와서 자랑스럽게 너무 흡족해하면서 입고 다닌다. 엄마로서 당시에 아이가 느꼈을 상처들이 짠하면서도, 그걸 긍정적으로 극복하고, 비록 현재는 해외생활을 하지만, 내 나라에 대한 소중함을 늘 느끼며 산다는 게 고맙기도 하다. 해외에 나와서 교민으로 살게 되면, 내 나라가 잘 되어야, 우리도 힘이 나고, 더 응원하게 되고, 애국심이 샘솟게 되는 것 같다. 아이의 방에는 온갖 유니폼과 축구 용품들이 편집숍처럼 전시되어 있다. 귀엽다.
그래! 너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다.
사진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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