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와 가스, 변기물도 구매해야 한다고?

중국의 유틸리티 충전시스템

by Mollie 몰리

초기 중국 정착 시절, 가장 적응 안 되고 놀랐던 중국 문화 중의 하나는 바로, 전기와 가스 등의 유틸리티 시스템이었다. 한국에서는 마음껏 사용 후 다음 날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 사용량과 금액이 표시가 되었다. 중국에서 아파트를 계약하고 주의 사항을 듣는데 갑자기 카드 3장인가 건네받았다.

중국은 전기랑 가스, 온수, 변기물(중수)을 충전해요. 이 카드로 구매를 해야 해요.

네? 어디서요? 변기물 충전은 뭐예요?


고지식한 집주인의 영향으로 도어록이 아닌 열쇠로 문을 열어야 하는 집이라서, '앞으로 살면서 문 한 번 잠겨서 못 들어가겠구나.'라는 생각과 앞으로 펼쳐질 시트콤 같은 모습들이 상상이 갔었다.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 처음 살았던 곳에서는, 관리소에서 온수와 변기물을 구입해서 충전하고, 전기, 가스는 근처 은행의 기기에서 구입을 하는 거라고 들었다. 은행에 갔다가 온통 중국어에 설명서를 보고도 충전을 못해서 돌아오고, 반나절을 전기 사는데 썼던 적이 있다. 수도 요금은 2달에 1번씩 사용량 고지가 문에 붙어 있고, 그걸 가지고 위챗을 통해서 결제를 했다.


심지어 이 시스템은 아파트 단지마다, 그리고 각 개인 집 상황마다 주인이 어떤 구조의 집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서 방법이 달랐다. 특히, 한국에서는 전혀 신경을 써본 적도 없는 '중수'라고 불리는 변기물을 충전한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변기물을 사러 간다는 게 좀 부끄러웠다. 우리 집의 경우는 다행히 주인이 중수를 충분히 사뒀지만, 다음 이사 집에서는 변기 물이 안 내려가서 중수를 구입하러 관리소에 갔던 적도 있다.


오래된 아파트는 화장실에 큰 온수통이 있어서 그걸 데워서 쓰는 집도 있고, 사람한테 기본적인 전기, 가스, 수도, 특히 변기물까지 너무 복잡했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아파트에는 한국말이 가능한 부동산이 있어서, 카드를 맡기면 전기와 충전을 대신해 주는 서비스도 있었고, 그게 시간이 걸려서 귀찮으면 직접 구입 후 충전하러 은행에 가기도 했다.



전기와 가스 가격이 저렴한 중국이지만, 이 생활이 익숙하지 않아서 난감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깜빡 잊고 전기 충전을 미리 안 한 걸 모르고, 갑자기 집이 정전 난 것처럼 불이 꺼져서 핸드폰 불빛으로 겨우 카드를 찾아서 충전을 했던 적도 있고, 가스 충전을 확인하지 않아서, 샤워하는데 갑자기 찬물이 나와서 놀래서 뛰쳐나온 적도 있었다. 가스 충전 생각을 못하고, 가스보일러가 고장이 난 줄 알고 A/S를 부르기도 했었다.


현재 사는 곳에서는 다행히 은행까지 가는 불편함 대신에 관리소에서 전기와 가스를 충전한다. 우리 집은 가스보일러를 사용해서, 가스만 충전하면 온수까지 데워지므로 온수 충전도 필요 없다. 집집마다 어떤 집은 후불로 하는 집도 있다고 들었는데, 거의 대부분은 충전을 한다. 아주 간소화된 시스템이지만 여전히 충전 시기에 신경을 써야 해서, 매달 월급이 들어오면 1달에 1번 충전을 하고 있다.


전기충전을 할 때는 전기 카드를 우리 집 계량기 단자함에 꽂고 30초에서 1분 정도 카드에 현재 잔액이 얼마나 남았는지 정보를 입히고, 관리소에 가서 얼마의 전기를 사겠다고 이야기하면, 카드에 그만큼의 전기를 넣어준다. 후다닥 집으로 가서 계량기에 카드를 꽂으면 충전이 완료다. 가끔, 카드가 읽히지 않아서 다시 집에 가서 카드를 꽂고 와야 할 때도 있다. 전기는 많이 저렴한 편이라서 여름에도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고 있어도, 200 rmb-300 rmb(약 36,000원-55,000원) 면 전기의 끊김 없이 사용 가능하다.

전기 계량기와 전기 구입카드, Photo by Mollie

설거지를 하다가 혹시 몰라서 주방의 가스계량기를 보니 숫자가 1자리였다. 9. 얼마. 얼른 충전을 할 때다. 가스카드를 들고 관리소 옆에 설치되어 있는 기계로 원하는 만큼의 가스를 충전할 수 있다. 예전에는 직원한테 이야기해서 QR코드로 구매를 했는데, 몇 년 전에 기기 설치로 사용이 편리해졌다. 가스 구매 후, 집에 돌아와서 가스계량기 기기에 카드를 꽂으면 기기에 구입한 만큼의 수치가 충전이 된다.

가스계량기와 가스 구입카드, Photo by Mollie

아직도 전기 단위, 가스 단위로 말하면 뭔지 잘 모르겠다. 그냥 기계처럼 카드로 구매하고 충전하고 사용하고 이 생활에 익숙해졌다. 요새는 위챗에 연결된 어플을 통해서 앱으로 충전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나는 관리소에서 직접 얼굴 보고 내는 게 편리한 옛날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사는 곳은 수도세는 왜 한 번도 내질 않는 거지? 전에 관리소에 문의하니, 뭐가 고장 나서 그냥 사용하라고 했는데, 그 뒤로도 말이 없다. 그냥 나갈 때 한꺼번에 내는 건지, 그냥 물 안 끊기고 사니까 다행이다. 몇 년간 살면서 수도세를 낸 적이 없어서 나가는 시점에 수도세 폭탄을 맞을 건지, 아니면 이곳은 물 사용이 무료인 건지 모르겠다. 매번 충전하고, 기억해야 해서 사용하기 불편은 하지만, 그래도 전기랑 가스 가격이 정말 저렴한 편이라서 그 정도의 수도는 할만한 것 같다. 이래서 적응이 무서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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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Unsplash의 Xingchen 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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