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80만 원을 내고 왔다.

중국 외국인 병원 진료비

by Mollie 몰리

겉보기에 번지르르한 주재원의 회사 생활도 속을 들여다보면 쉽지는 않다. 과도한 업무량으로 없던 병도 생기고, 병이 생겨도 제대로 치료가 안될 때가 많다. 주말을 반납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크고 작은 일들, 또 갑자기 터져버리는 일들로 출장이 참 잦다.


최근에 베이징에서 6시간 걸리는 지역에 워크숍차, 기차로 출장을 다녀온 남편이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 돌아왔다. 베이징 폭설로 아침 기차가 취소되었고, 오후 2시 기차를 다시 예매했었다. 하지만 연착으로 3시에 기차를 탑승했고, 기상 상황 악화로 앞의 열차들이 모두 밀려서 남편이 탄 기차도 한참을 서서 움직이지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기차에 먹을만한 것도 없었고, 예정대로라면 저녁 9시에는 도착했어야 할 기차는 새벽 1시 30분에 도착을 했고, 호텔로 이동한 시간은 새벽 2시가 넘어서였다. 그때까지 쫄쫄 굶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12월 중순이 되면서 급격히 추워진 베이징 날씨에 코만 살짝 훌쩍이던 남편은 주말에 기침과 가래가 심해지고, 어제는 몸살 증상까지 있었다. 요새 중국에도 독감과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유행이라, 무거운 몸을 이끌고 그래도 출근을 하려는 남편한테 오전에 병원에 가보자고 이야기했다. 기침 소리가 둔탁한 게 심상치 않았다.

어디 병원 가게?

뭘, 거기밖에 더 있어? 외국인 병원이지.

(물론 중국 로컬 병원은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어설픈 중국어로는 절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영어도 통하지 않는다. 또 절차가 우리한테는 꽤 복잡하다.)


외국인들이 그나마 영어로 편하게 진료를 볼 수 있는 외국인 병원은 진료비가 많이 비싸다. 안구 건조증으로 안과를 가든, 피부과를 가든 기본 진료비가 늘 중국돈으로 2,000 rmb, 약 40만 원 정도가 나오니, 중국에 온 이후로 아프면 병원에 바로 가기보다 대체 의학이나 민간요법에 의존하게 되고, 주재원이라 병원비가 회사에서 지원된다고 해도, 가족은 100% 지원이 아니라서, 한 번 병원을 가면 우리 돈 몇 십만 원이 훅하고 빠져나가서, 병원을 꺼리게 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중국어가 불편한 우리는 로컬 병원대신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병원을 이용한다. 비용은 비싼 편이지만, 한인들이 운영하는 병원은 한의원들 뿐이고, 중국어의 문턱이 너무 높다 보니 대부분의 교민들이나 외국인들은 영어가 가능한 외국인 병원을 이용한다. 물론, 시설 대비 의료진의 실력이나, 평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외국인의 입장에서 접근성이 좋다.


실제로 당뇨가 있는 지인이 뭔가 악화되는 증상이 있어서 이런 외국인 병원을 찾았다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일도 있었고, 남편이 몇 년 전에 출장 중에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서 고열이 심하게 나서 베이징으로 복귀를 했는데,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우리 선에서 갈만한 곳이 외국인 병원이라서 이곳을 갔는데, 고열 환자를 앞에 앉혀놓고, 무릎 반사 실험을 하고 있던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있었다.


작년에 저렴한 비용으로 귀카메라가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조금 큰 로컬 병원을 이용해 봤는데, 진료비는 저렴했으나, 우리와 다른 접수비부터 시작해서, 접수 방법, 예약 방법, 진료 시의 언어 소통의 불편함으로 애를 먹었었다.



급하게 휴가를 내고, 어플로 편하게 예약을 하고 병원에 시간 맞춰 도착했다. 간단히 혈압과 체온을 재고, 이비인후과 진료실에 들어갔다. 영어가 가능한 중국어 선생님이지만 그의 영어도 우리와 같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발음을 구사한다. 발음을 굴리지 않으니 듣기에도 편하고, 의학 용어나 병명, 증상을 못 알아들을 때는 스펠링을 알려달라고 해서 얼른 번역기를 사용하곤 한다.


병원비가 비싸서 그런지, 청진기로 진찰을 엄청 꼼꼼히 오래 하셨다. 히터 소리가 방해가 되시는지, 중간에 히터도 끄시고, 옷도 최대한 얇게 입으라 하고, 코랑 목도 긴 시간을 투자해서 봐주셨다. 혹시 모를 독감 검사,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검사, Strep Throat라고 번역해 보니 '연쇄상구균'이라는 알 수 없는 검사를 진행하자고 하셨다. 폐 소리도 약하고 안 좋다고 X-ray까지 잡아주셨는데, 점점 머릿속으로는 '와 이게 얼마일까? 한 5,000 rmb 나오는 거 아냐?'라며 돈걱정부터 되는 현실이었다.


모든 검사 결과는 30분 정도 후에 나왔고, 다행히 독감도, 마이코플라즈마 폐렴도 아니었지만, 화면에 띄워준 병명이 뭔지 몰라서 또 번역을 하니, Bronchopneumonia, 단어도 어렵다. '기관지 폐렴'과 '급성 후두염'이라고 쓰여있었다. 한국에서도 그냥 병명을 단순하게 이야기해 주니, 저게 얼마나 심각한 건지 감이 안 오고, 그냥 '기관지염'같은 거구나? 하고 항생제와 당황스럽지만, 한국 한미약품의 어린이 딸기시럽과, 감기사탕 같은 약을 처방받고 나왔다. 그때까지는 열도 안 나서 해열제는 따로 받지 않았다.

처방받은 약, Photo by Mollie
엑스레이 판독 결과, Photo by Mollie

드디어, 리셉션에서 결제를 하려는데 손이 다 떨렸다. 다행히 회사와 연결된 곳이라서 20%의 디스카운트를 해준다고 했는데, 그 말이 참 반가웠다.

그래서 얼마죠?

4,043.35 rmb에요.

와, 진료보고, 독감검사,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검사, 연쇄상구균 검사, 엑스레이 찍고, 처방약은 항생제 5일 치, 어린이 감기 시럽, 감기사탕 3일 치 받았는데, 한화로 약 74만 원이다. 환율이 조금만 더 높으면 거의 80만 원이다.



인보이스를 받고 내역을 적어보았다.


의사 진찰료 : 1,935 rmb

처방약값 : 265.72 rmb(약국 서비스 비용 포함)

검사 비용 : 총 1,670 rmb

-연쇄상구균 검사 : 345 rmb

-CRP + CBC, 정맥 채혈 : 445 rmb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검사 : 550 rmb

-독감 A형, B형 검사 : 330 rmb

X-ray : 880 rmb

간호사 서비스 : 160 rmb

의료소모품 : 77.04 rmb

총합계 4,987.76 rmb

20% Discount : 4,043.35 rmb

인보이스, Photo by Mollie
위챗페이로 결제

기관지염 감기로 한화 약 80만 원의 돈을 내고 나왔다. 하지만 증상은 오후부터 열이 나기 시작해서, 집에 있는 타이레놀을 먹고, 항생제가 효과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남편은 이틀 째 출근을 못하고 있다. 코와 목 증상도 더 심해져서 약 조절을 위해서 한번 더 병원에 방문하고 싶지만, 기본 진료비가 2,000 rmb라서 일단 버티고 있다. 나도 아이도 옮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지만, 목과 코가 간질거리고, 재채기가 나는 게 이미 초기 증상이 시작된 것 같다. 한국에서는 작은 증상들이라 여기고, 병원 가서 며칠 약 먹고 쉬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의 일들이, 병원 시설이 열악한 곳에 사니 중증 환자처럼 커 보이고 걱정이 많아진다.



전복죽을 끓이려고 근처 마트의 해산물 코너에서 전복 20마리를 샀다. 직접 수족관에서 살아있는 전복을 잡아주신 아저씨는 나에게 중국어로 뭐라고 물어보셨다. 대충 눈치로 봉지에 담아준다는 얘기겠지? 하며 '하오더'라고 했더니 작업실로 가지고 가서 전복을 손질해 주시는 듯했다. 아들한테 전복 손질을 부탁하려고 했다가, 일 줄었구나 하고 좋아하던 중.

"저거 야오 부야오?"

껍질을 흔들어 보이며, 이거 필요하냐 안 하냐를 물으시길래, 껍질? 필요 없지, 부야오! 해버렸다.

Photo by Mollie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내 전복 봉지에는 내장은 하나도 없는 전복살 20개만 들어있다. 세상에! 아까 내장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이었나 보다. 결국 어이없지만, 내장 없는 맑디 맑은 전복죽을 끓여 먹었다. 그 아까운 내장이 다 버려지는 걸 목격하고도 몰랐던 나다.


한국의 의료시설이 너무 간절하게 그리운 중국 해외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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