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을 참지 못해 벌 받는 중입니다.

식도염, 위염, 두드러기와의 재회

by Mollie 몰리

며칠 전부터 가슴 가운데가 답답하고 두근거리고, 왼쪽 등 뒤의 통증과, 왼쪽 겨드랑이와 팔이 뻐근하다. 작년 같았으면, "어! 이거 심장병 아니야? 심장병 증상이 왼쪽 등 뒤가 아프다고 유튜브에서 얘기하던데? 이러면 병원 바로 달려가라던데?" 이러면서 겁에 질려서 패닉까지 오고, 불안감에 증폭되었을 테지만, 이제는 안다. 저게 나만의 식도염과 위염 증상임을. 중국에서 숱한 심전도 검사도 모질라, 72시간 홀터 검사와 심장 초음파까지 보고 정상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작년 코로나 확진 이후, 심한 식도염과 위염으로 살이 급격히 빠져서 체중이 4-5개월 만에 15kg 정도가 이유 없이 빠져버렸고, 늘 푸짐했던 내 몸은 아침마다 몸무게를 재면, 줄어가는 숫자에 공포 그 자체였다. 나 이러다가 점점 작아져서 공중분해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피부 발진과 두드러기 증상이 심해져서 치료할 곳도 없는 중국에서 마음고생도 많이 하고,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인 두드러기 환자가 피해야 할 음식부터, 운동, 좋은 습관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따라 하기도 했다. 고기가 좋지 않대서 몇 달간 채식주의자로 살았고, 운동을 멀리했다가 늘 하루에 40-50분을 야외에 나가서 걷고, 반신욕이 좋다, 땀을 흘려야 한다 등 수많은 정보로 나아지지 않아서 상당히 무서웠다. '계속 이러면 어떡하지?' 원인을 모르는 게 가장 나의 큰 걱정이었다. 항히스타민은 그때뿐이었고, 몸이 계속 여기저기가 가렵고, 말 그대로 두드러기 대환장파티에 정신도 반 나가 있었다.



중국의 막힌 하늘길이 3년 만에 뚫린 올해 여름, 드디어 한국 방문을 했고, 해외살이의 간절함이 통해 두드러기로 유명하다는 기능의학병원을 찾아서 지연성 알레르기 검사인 음식 항원 특이 lg G4 항체 검사(90종)를 하게 되었고, 이게 바로 나의 두드러기 완치의 비결이었다.


검사 결과는 참으로 엉뚱했다. 검사 항목 중에 계란, 파인애플, 키위, 토마토, 마늘, 생강, 밀, 우유, 요구르트 까지는 이해가 갔지만, 알레르기 증상으로 나올 수 있는 음식 종류에 쑥, 가지, 부추, 상추, 브로콜리, 양파, 양배추, 캐슈너트, 아몬드, 글루텐, 보리, 귀리, 장어, 블루베리, 오렌지, 바나나 도 포함되어 있었다.


평소에 위염과 식도염 증상으로 십자화과 채소인 브로콜리와 양배추도 즐겨 먹었고, 혈관에 좋다는 양파, 또 한식에 필수이기도 한 양념인 생강, 마늘과 야채 섭취를 늘리기 위한 상추와 눈에 좋은 블루베리, 하루에 바나나 1개는 늘 나의 하루 식사에 포함되어 있었다.


일단 결과에 따르고자, 음식 제한을 시작했다. 단백질 대체 식품으로 먹던 계란 대신 고기를 먹고, 우리 집은 이때부터 '간 마늘' 사용 금지를 시작했다. 국에는 웬만하면 마늘과 양파를 넣지 않거나, 내 국은 따로 미리 덜어서 끓이기도 하고, 금지 야채와 과일, 또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던 빵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살려고 먹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1년간 먹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음식 조절 3개월 만에 7개월을 괴롭히던 두드러기와 점점 작별을 하고 있었다.



건강할 때 건강을 챙겼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던 시기였고, 40대를 중국에서 맞이하는 바람에, 40대가 주는 몸의 노화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었다. 또, 코로나 후유증이라고 이름 붙여가며, 원망만 하기에는 내 이전 건강 상태도 좋지는 못했었다. 한국 방문을 통해 증상 완치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나름 독하게 식단 조절을 하며, 컨디션이 꽤 올라올 때쯤, 나는 음식 앞에서 식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한심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아팠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식탐 조절을 못해 식욕 조절에 실패한 40대 성인 여자였다.


3개월 정도 두드러기 증상이 잊혀가고, 조금씩 빵과 커피 등을 먹어도 몸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나는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Photo by Mollie

빵돌이 아들을 둔 엄마고, 집에서 소소한 홈베이킹을 즐기는 편이라 다시 베이킹을 시작했고, 탄수화물 중독과 당중독처럼 밥을 먹고 나도 뭔가 단 게 먹고 싶고, 몸이 허기졌다. 달콤하고 향긋한 갓 구운 빵과 커피 한 잔이 주는 여유를 거의 1년 만에 처음 맛보며, "그래! 이게 사는 거지, 인생 별거야?"라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먹어대기 시작했다. 미련했다. 무식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금지 식품과의 만남은 다시 나로 하여금, 이상한 등통증과 식도염, 위산 분비, 두드러기와 여기저기 피부의 가려움증을 가져다주었다. 밤에 자려는데 왼쪽 등이 쑤시고 불편하고, 왼쪽 겨드랑이와 팔이 또 쑤시고 가슴에서 위에서 산이 분비된다.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았는데 메슥거리는 게 속에 또 탈이난 것 같다. 목도, 등도, 엉덩이도, 자꾸 조금씩 간지럽자 피부에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목 뒤가 열감이 있고 가려워서, 최대한 긁지 않고 남편한테 봐달라고 하니, 두드러기가 올라왔다고 했다. 설마 다시 시작인 거야? 갑자기 예전의 두드러기 시절로 돌아갈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아들한테 편식하지 말라고 잔소리할 처지가 못 되는 식탐 앞에 무너진 의지 없는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다시는 그렇게 아프지 말자고, 후회를 해놓고도, 망각의 동물이란 인간의 본연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오늘부터 다짐한다. 앞으로 최소 6개월은 금지 식품을 먹지 않겠다고 말이다. 이렇게 또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너무 끔찍할 것 같다.


식욕 앞에 무너진 나, 결국 벌 받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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