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 일출 구경
드디어 2024년 새해가 밝았다. 해외살이에서 맞는 명절은 다른 때와 비슷한 무미건조한 하루를 보내지만, 1월 1일 신정은 새해맞이하는 기분으로 느낌도 남다르다. 2년 전에는 남편이 12월 말에 일찌감치 장기출장을 떠나서 아들과 나랑 둘이 카운트다운을 하겠다고, 소소한 파티를 준비해서 눈에 불을 켜고 참다가 11시 30분에 무거운 눈꺼풀을 참지 못하고 잠이 들어버렸다. 또 작년에는 대상포진과 코로나로 새해고 뭐고 온 가족이 아팠던 기억만 난다.
올해는 다행히 우리 가족 셋, 모두가 1월 1일을 함께 건강하게 보내고 있다. 내일 남편은 베이징에서의 마지막 장기 출장을 떠나지만, 오늘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남편의 감회도 남다르다.
어제 아들은 카운트다운을 하자고 졸랐지만, 40대의 노화의 과정이 한참 진행 중인, 엄마 아빠는 그럴 자신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건 있다. 한 살 더 먹으면서 아침잠이 더 없어져서 알람이 없어도 일찍 일어나는 건 기가 막히게 잘할 수 있다.
10시 30분쯤 내일 일출 시간을 확인하고, 잠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새벽 5시에 눈이 번쩍 뜨이고 밖을 보니, 아직 동트기 전, 저 멀리 별 하나만 반짝인다. 베이징 일출 시간이 아침 7시 35분이라서, 6시 30분에 자고 있는 남편과 아들을 깨워서 추위를 대비한 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결혼 후 처음 구경하는 일출에 상당히 기대가 됐다. 차에서 GPS 오류로 동쪽을 찾다가 헤매기도 하고, 이렇게 이른 아침 시간에 온 가족이 야외 활동을 하니, 올 한 해는 부지런한 기운이 상승할 것 같다.
멀리 여행가지 않아도, 대단한 걸 하지 않아도, 장소와 시간과 이벤트가 주는 설렘이 있었다. 길가에 차를 주차해 놓고, 일출을 볼 위치를 찾았다. 저 멀리 붉게 여명이 보이기 시작하고, 가족사진도 찍고, 서로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던 부분을 콕 집어서 "새해에는 이거 안 하게 해 주세요!"라며 우스갯소리로 장난도 치다가, 너무 추워서 차로 들어가서 뜨는 해를 기다렸다.
엄마! 저기 해 올라온다!
아들의 소리에 창밖을 보니, 해가 나무 사이에 걸려있는 듯한 장관을 보았다. 와, 이게 바로 일출이구나.
영하의 날씨에도 헤엄치고 있는 청둥오리 가족들과, 아직 녹지 않은 눈과, 앙상한 나뭇가지를 배경으로 점점 붉은 해가 올라오고, 드디어 2024년의 새해 첫날의 해를 베이징에서 보았다. 이런 장관을 보니, 괜히 벅차오르는 기분에 또 가족사진 남기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듬뿍 받고 들어왔다.
일출 사진과 우리 가족사진을 한국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 베이징을 떠난 지인들에게 보내주며 새해 안부 인사를 전했다. 한 곳에 있지는 않아도, 우리가 본 해를 나누며, 마치 같은 곳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듯한 또 다른 기쁨을 전해줄 수 있는 아침이었다.
2024년 올 한 해도 무탈하게 가족 모두 건강하고, 소망하는 일이 다 이루어지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