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무뎌지는 연말연시
크리스마스가 뭐였지?
중국에는 크리스마스가 없다. 심지어 크리스마스는 연휴인 빨간 날이 아니라, 일상처럼 회사에 출근을 하는 평범한 날, 아주 재미없는 날이다. 다행히 국제학교는 방학을 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에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악몽 같은 일을 아이가 겪지는 않았다. 중국에는 종교가 없다고 하지만, 암암리에 어두운 곳에서 나름의 종교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중국살이 초기에는 시내 쇼핑몰에 가면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기도 하고, 아파트나 단지에서 입구에 트리를 설치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다음 해에는 갑자기 설치된 트리를 크리스마스 이전에 철거하는 모습을 보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오싹한 기분도 느끼고. 어느 해부터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보기 힘들었다.
현재도 예전만큼은 크리스마스를 즐기지 않는 분위기인 듯하다. 12월에 시내에 나간 지는 몇 년 되어서, 현재는 모르겠지만, 중국살이하면서 집에서 내가 스스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지 않으면, 거리에서 캐럴 들을 일도 없고,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쓸쓸한 크리스마스다.
중국인들도 환장하는 애플폰, 여기서는 사과폰(苹果手机)이라고 불린다. 아웃렛을 가도 미국스러운 쇼핑몰도 많고, 심지어 중국 택시의 한 종류인 Didi를 타면 Tip을 줄 수 있는 버튼도 있다. 미국을 따라가면서도 미국을 싫어하는 참 신기한 나라인 것 같다.
몇 년 전에 갑자기 비가 안 오던 중국의 이 지역 베이징에, 몇 번 폭우가 내리고, 우산이 필요 없던 지역에서 우산을 펼 상황이 생겼던 기상이변이 있었다. 그해에 겨울에도 눈이 꽤 많이 와서, 크리스마스나 연말의 분위기는 없지만, 다행히 온 세상이 하얀 흰 눈으로 인해서 나름 겨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2023년 12월 11일, 아침에 일어나니 밖에서 '슥슥'하고 뭔가 땅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해서 창밖을 바라보니, 세상에 온 지붕 위에 하얗게 눈이 쌓인 게 보이고, 나뭇가지들도, 길도 흰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이 미끄러질까 봐, 또 차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아저씨들이 눈을 삽으로 치우는 소리였던 것이다. 집안에서의 나는 그래도, 낭만적인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침에 아이 학교 가는 길에 따라나가서, 아무도 밟지 않은 흰 눈을 뽀득거리며 밟고 혼자만의 겨울을 즐기고 들어왔다.
순간 생각했다.
아 연말이구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왔구나.
한국에 있었다면 이미 베이커리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예약 광고와 함께, 상점 이곳저곳에서 크리스마스 장식과 트리를 포함해서 연말을 알리는 모습으로 괜히 들뜬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을 거다. 또 거리의 전광판과 버스 광고판에는 연말을 위한 콘서트, 뮤지컬, 각종 공연 예매 광고가 한창이고, 무엇을 볼까 고민하며 티켓 구매를 망설였을 거다.
현재는 문화적인 감흥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뮤지컬과 음악 콘서트에 취해있던 내가 환경에 영향을 받아, 이렇게 변해가는 모습이 스스로 놀랍다. 사람이 사는 환경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그래도 중국살이 초기에는 아직 한국적 분위기를 많이 몸에 담고 있어서, 나름 크리스마스가 없는 중국에서 우리의 색깔을 찾으려고 아이와 크리스마스 진저브레드 쿠키도 만들고, 홈파티도 하고, 트리도 만들고 그 순간을 즐기려고 했었던 기억들이 그나마 사진으로나마 남아있다. '나 홀로 집에' 영화를 보면서 출장 떠난 남편이 함께 없음을 아쉬워하며, 아들과 둘이 떠나가는 한 해를 잘 보내고, 새 해를 기다리는 카운트다운을 위해 기다리다가 잠든 날들이 있었다. 중국에 왔던 첫 해는 해오던 대로 연말 공연을 가족과 함께 중국에서 관람했었다.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작년 크리스마스는 중국의 최대 코로나 발발 천국으로 다들 병들어 가던 시점이라 가장 슬프고 악몽 같았던 크리스마스로 기억이 된다. 서로 코로나에 걸려서 병원도 갈 곳 없어서, 시름시름 대던 해외살이에서 가장 힘들었던 연말이었던 2022년 12월. 이제 이런 우울한 Blue Christmas는 올해 2023년 12월로 마지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