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중국 맞는구나
외국인이 사는 사회주의 중국은 코로나 시대 때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제재 없이, 일반적인 일상 속에서 생활이 가능하다. 가끔 공안들이 주숙등기 확인을 위해서 갑작스러운 가정방문할 때를 제외하고는 내가 사회주의에서 살고 있는지 평범한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이 날도 여느 때처럼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장바구니를 자전거 손잡이에 끼운 채, 마주치는 베이징의 강풍과 맞서 싸우며, 팔락이는 장바구니가 날아갈까 봐 꼭 잡은 채 마트를 다녀왔다.
구석에 자전거를 세우고 락을 거는데, 아이가 갑자기 황급히 나를 부르며 이야기했다.
"엄마!! 저거 북한 국기 아니야? 나 처음 봤어!"
"정말? 어디!?"
아저씨들이 무슨 행사 준비인지 만국기를 마트 입구에 걸고 있었다. 정말 내 눈에도 TV에서만 보던 북한 인공기를 만국기 속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일이라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주변 국기들을 보니, 다 모르는 나라들이다. 주변 국가인 우리나라와 일본도 없고, 땅덩이를 중국과 견주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조차 없었다. 그나마 아들과 내가 아는 국가는 영국, 체코, 가나, 튀니지 정도고 나머지는 처음 보는 국기들이 많았다.
맞다, 여기 중국이지? 아마 중국과 친한 우방국 위주로 국기를 걸어놓은 게 아닌가 생각을 하며, 마트 장을 보고 나오니 어느새 만국기가 하늘에서 펄럭이고 있다.
중국인들이 북한을 가는 건 불법이 아니기에, 베이징 공항에서는 북한으로 가는 비행기 편명도 있다. 아들이 한국 행사 참여차 베이징 공항에 갔을 때 신기하다면서 나한테 찍어 보낸 사진에도 평양(Pyongyang)이라고 쓰인 비행기 편명 정보를 볼 수 있었다.
우리도 두 번 정도 중국에서 종종 북한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만나본 경험이 있다. 한 번은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한국어를 쓰는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투다. 하지만, 조선족의 말투는 아니고, TV에서 얼핏 들어봤던 억양이다.
또 한 번은 한인마트에서 카랑카랑한 북한 여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자줏빛 제복을 입고, 통굽 구두를 신고, 화장을 진하게 한 두 미녀가 어떤 떡을 좋아하냐며, 떡을 고르고 있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데, 번호판이 검은색인 차를 타는 거 보니 아마 북한대사관 관계자인 것 같았다. 늘 그때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신기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다.
중국에서 배송 기사들이나 아파트 관리 직원들을 보면 굉장히 엄하고 철두철미하게 군기를 잡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앞에 일렬로 서서 각 잡고, 한 리더에 의해서 뭐라고 말을 들으면서 하루 점검을 하는 듯한 모습이 볼 수 있다. 꼭 업무 후에 모여서 사진을 찍는다.
차 타고 지나가다 보면 노란색 캥거루 헬맷을 쓴 메이투안 배송기사들, 혹은 청소하는 일꾼들 역시 늘 일렬로 서서 점검을 받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이지 않는 내부 통제와 결속이 참 대단하다는 걸 느낀다. 이렇게 일렬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지나가면서도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기도 한다.
공안은 직접 만나면 말이 안 통하니, 서로 번역기대고 의사소통하면서, 웃픈 모습을 많이 봐서 그런지, 예전보다는 친근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경직된 분위기는 적응이 안 되고, 깜짝깜짝 놀랜다. 사회주의에 살면서 볼 수 있는 신기한 모습들이다.
작업 반장 같은 분들은 항상 한쪽 팔에 빨간 완장을 차고 있고, 건물의 입구에 가드들은 마치 시위를 하는 듯한 헬멧, 방패막, 혹은 몽둥이를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사는 이곳이 별나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