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산티아고 순례길, 언젠가는

by 장기혁


저녁을 먹고 요가 매트 위에 누워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친구한테서 보이스톡이 왔다. 지금 아내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는 중이란다. 벌써 네 번째라고. 대학생인 아들도 벌써 두 번이나 걸었다며, 이번엔 꼭 나도 아내와 함께 가야 한다고 강권했다. 나는 아직 제주 올레길도 완주하지 못했으니, 순서는 그쪽이 먼저일 듯하다.


7년 전쯤, 아내와 함께 스페인 남부와 포르투갈을 자동차로 여행한 적이 있다. 포르투에서 아내를 친구 집에 내려주고, 나는 혼자 북쪽으로 올라가 빌바오를 거쳐 파리에서 귀국했다. 그 여정 중 부르고스를 들렀는데, 나중에야 알았다. 부르고스가 산티아고 순례길의 주요 경유지였다는 걸. 그때 길 위에서 조개껍데기를 배낭에 매단 순례자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걸어보겠지’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일에 매여 있지만, 언젠가 직장을 떠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되면 산티아고 길을 걷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국내 여행이 더 좋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자연이 주는 위안도 깊다. 그래서 순례길은 우선순위가 좀 밀리긴 한다. 하지만 이국적인 풍경,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 친절하고 순박한 스페인 사람들… 생각만 해도 다시 마음이 끌린다. 한 달 넘게 걷는 여정이라 쉽게 도전할 수는 없지만, 체력이 허락할 때 가봐야 할 곳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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