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지를 기회로 바꾸는 여행자의 눈
항공권을 예매할 때, 직항보다 경유 항공편이 더 저렴한 경우가 종종 있다. 시간이 촉박한 비즈니스 여행이 아니라면, 경유지에서 하룻밤을 보내거나 반나절 이상 체류할 수 있는 연결 편을 선택하곤 한다. 덤으로 해당 도시의 도심을 짧고 굵게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훗날 본격적인 여행을 위한 ‘사전 답사’ 역할도 한다.
스톱오버의 매력을 처음 경험한 것은 두바이에서 런던을 경유해 애틀란타로 향하던 여정이었다. 두바이-런던 항공편이 지연되면서 항공사에서 런던 개트윅 공항 인근 호텔 숙박을 제공했는데, 그 덕분에 저녁 시간에 런던 시내를 관광할 수 있었다. 도심행 특급열차로 빠르게 런던 중심부에 도착한 후 시티 투어버스를 타고 랜드마크를 돌아보았고, 기차 안에서 만난 젊은 커플의 조언 덕분에 효율적인 동선으로 런던을 즐겼다. 트라팔가 광장, 차이나타운, 헤롯 백화점이 있는 거리까지 도보로 구경하며 ‘피시 앤 칩스’도 맛보았다. (솔직히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오리지널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었다.)
그 이후에도 암스테르담, 뮌헨, 홍콩, 하노이 등지에서 총 8회의 스톱오버를 경험했다. 특히 뮌헨에서는 두 차례 모두 운 좋게 ‘옥토버페스트’ 축제 기간과 겹쳐, 독일 사람들도 평생 한 번 가기 어렵다는 축제에 참석했다. 숙박이 어려운 시기였지만, 스톱오버 덕분에 반나절 동안 비어텐트에서 밀맥주와 학센(돼지 뒷다리 바비큐)을 맛볼 수 있었다. 개막일의 전통복 행렬도 감상하며 진짜 옥토버페스트를 경험했다.
누군가에겐 지루하고 피곤한 여정이 될 수 있는 연결 항공편이지만, 스톱오버를 잘 활용하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여행이 된다.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럴 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결국 인생에서도 중요한 건, 예상치 못한 정체나 기다림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여유와 통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