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기대가 사라질수록 마음은 가벼워진다

by 장기혁



나이가 들수록 가족 이외에 누군가 내 생일을 챙겨주는 일이 점점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에서 형식적으로 날아오는 ‘생축’ 메시지들이 귀찮아 알람을 꺼버린 지는 오래다. 생각해 보면, 어느 순간부터 명절 인사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닌가 보다.


얼마 전이 내 생일이었다. 가족과 장모님을 제외하면 생일을 축하해 준 이는 없었다. 매년 잊지 않고 챙겨주던 동생도, 작년까지 선물까지 준비했던 동료 직원들도 모두 조용했다. 이 상황이 이제는 자연스럽고 오히려 편하게 느껴지는 반면, 묘한 섭섭함과 외로움이 마음 한편에 남는다. 앞으로 이런 생일 풍경은 더 익숙해질 테니, 결국 나에게 진짜 소중한 가족에게 더 마음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내가 생일에 큰 기대를 하지 않으니, 주변 사람들도 그에 맞춰 반응했던 것 같다. 매년 직접 케이크를 굽던 아내도 올해는 생략했고, 저녁 식사도 평범한 날과 다를 바 없었다. 특별한 날이라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거나 과하게 챙기지 않는 지금이 오히려 나다운 것 같다.


앞으로는 최소한으로, 장모님 생신과 결혼기념일, 아내와 아이의 생일만 조용히 챙기며 살아가기로 했다. 덜 기대하고 덜 챙기며 더 자유롭게 사는 심플한 삶,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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