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의 미덕

말하기보다 듣기를 선택하는 나이 들기의 자세

by 장기혁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으로 변하고, 고집이 세진다.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변화는 '말에 대한 절제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오랜 세월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그 방식이 일방적이거나 과시적으로 흐르기 쉽다. 나 역시 그런 경향이 생기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있었다. 사우디 교회에서, 그리고 백주년기념교회에서 만난 어른들 중엔 경청의 미덕을 지닌 분들이 많았다. 그분들은 말보다 눈빛과 몸짓, 고개 끄덕임으로 더 많은 것을 전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있다.


직위가 높을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대화에서 ‘지분’을 더 가지려는 사람들이 많다. 남의 이야기를 끊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상대의 말할 기회를 빼앗는 모습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대화란 1/n의 지분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말을 경청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제 나도 스스로에게 엄격한 대화의 원칙을 세우려 한다. 앞으로 살아가며 지키고 싶은 다섯 가지의 룰을 적어본다.


자랑하지 말자. 딸, 배우자, 집, 직급, 재산 등등 — 과시는 공감을 방해한다.

대화의 지분은 1/n로 나누자. 나도 말하되, 상대에게도 말할 권리를 돌려주자.

쓸데없는 말은 줄이자. 침묵이 때론 말보다 따뜻하다.

남을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말자. 조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존중이다.

공감의 언어를 쓰자. '맞아, 나도 그런 적 있어.' — 이 한 마디가 마음을 열게 한다.


말이 많을수록 내 말은 가벼워지고, 듣기가 깊을수록 내 사람이 깊어진다. 경청은 나이 듦의 우아한 방식이며, 품격 있는 대화의 시작점이다.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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