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수술

평생 두려워했던 일을 마주하고, 한국 의료 시스템에 안도하다

by 장기혁



평생 살아오며 막연한 두려움으로 남아 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며칠 전, 오른쪽 아랫배가 아파 조퇴를 한 뒤 동네 내과를 찾았다. 진찰을 마친 의사 선생님은 급성 충수염(맹장염)이 의심된다며, 수술이 가능한 종합병원으로 빨리 가보라며 협진 의뢰서를 써주셨다.


운이 좋게도 경험 많은 외과 전문의를 바로 만나 당일 밤 자정 무렵, 신속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은 잘 되었고 회복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의사 말로는 일주일 정도 지나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해외출장이나 외국 근무 중에 혹시 맹장염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불안에서 해방된 기분이다. 대부분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를 다녀서 그랬던 것 같다.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과연 한국처럼 신속하고 저렴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늘 있었다.


무려 30년 만에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을 받으며, ‘한국의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정교하게 짜인 시스템 아래에서 운영되는 환자관리, 투명하고 친절한 의료진의 응대는 환자로서 깊은 신뢰를 느끼게 했다. 반면 이처럼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의료진의 과도한 희생이 깔려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의료계에 대한 불신이 일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일방적인 정보만을 근거로 판단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물론 앞으로 개선할 점은 있겠지만, 미국처럼 의료 민영화로 인해 양극화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건강보험 기반 의료 시스템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입원 중, 병실로 들어온 엑스레이 기기가 국산이라는 것을 보고선 ‘K-의료’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우리가 가진 시스템과 역량을 다시 한번 신뢰하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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