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의 기억을 불러내다
오늘 이스탄불 여행기를 읽다가 길거리 음식을 묘사한 대목에서 이십여 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터키 친구가 꼭 먹어보라고 권했던 고등어 샌드위치 ‘발륵 에크멕(Balık Ekmek)’과, 구운 감자를 반으로 갈라 올리브 등 각종 토핑을 얹어 먹는 ‘콤피르(Kumpir)’ 그리고 양의 창자(소장)**에 향신료를 넣고 돌돌 말아 구운 코코레치 (Kokoreç) 가 그 주인공이다. 장기 출장을 계기로 이스탄불에 머무르며 케밥, 메제, 생선구이 등 다양한 현지 음식을 맛보았지만, 그중에서도 길거리 음식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았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세계 각국의 전통 요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길거리 음식은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즉 그 땅의 공기와 온도, 사람들의 표정까지 함께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경험이다. 이스탄불의 발륵 에크멕과 콤피르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길거리 음식은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저렴하면서도 영양가 있고 포만감을 주는 간편식이다. 그 지역 서민의 일상과 생활환경, 그리고 시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에 여행을 갈 때마다 그 나라의 길거리 음식은 꼭 맛보려 한다. 예컨대, 카이로에서 맛본 샤와르마(그릴에 구운 고기를 빵에 끼운 샌드위치)와 코샤리(마카로니와 비슷한 탄수화물 혼합 요리)는 아직도 강한 인상을 남겼고, 뉴욕에서는 아침 출근길에 사 먹은 베이글이, 뭄바이에서는 점심식사로 자주 먹었던 달(렌틸콩 수프)과 탄두리 난이 떠오른다.
음식, 특히 길거리 음식은 여행지의 기억을 생생하게 불러오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 중 하나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어떤 길거리 음식에 매료될까? 김밥, 튀김, 떡볶이, 어묵, 라면, 짜장면… 그중에서도 김밥이야말로 가격, 영양, 맛, 포만감 측면에서 가장 대표적인 한국의 길거리 음식이 아닐까. 요즘 미국에서는 냉동 김밥이 유행이라고 들었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길거리 음식은 위생 문제나 먹는 환경의 불편함 때문에 꺼리게 되기도 하지만, 그런 점만 너무 신경 쓰지 않는다면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는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다. 여행의 맛은 결국 거리에서 시작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