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한 그릇에 담긴 위로
오늘 저녁, 정말 오랜만에 설렁탕을 먹었다. 푹 고아낸 소뼈 국물에 송송 썬 파를 듬뿍 올리고, 잘 익은 깍두기와 함께 국물을 한 숟가락씩 떠먹는 그 순간은 잊고 있던 편안함을 되찾는 기분이었다. 소금 간도 적당히 해서 나만의 맛으로 완성했고, 공깃밥은 남겼지만 국물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뚝배기를 싹 비웠다.
예전에는 신사동 사거리 근처의 24시간 운영하는 ‘영동설렁탕’에 자주 갔었다. 식당 앞에 늘 대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오래된 양옥집을 개조한 듯한 식당 안에는 방석이 깔린 좌식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그 집의 깍두기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지갑에 여유가 있는 날엔 수육도 함께 시켜 먹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요즘은 집에서 제대로 된 곰탕을 끓여 먹는 일이 쉽지 않다. 긴 시간 정성을 들여야 하는 음식이다 보니 외식에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전문점에서 제대로 만든 국밥을 사 먹을 수 있고, 심지어 냉장 또는 레토르트 제품으로도 맛있게 즐길 수 있어 참 살기 좋아진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물 요리의 염분이 건강에 해롭다고들 하지만, 한국인에게 국물 없는 식사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만큼 한 그릇의 국물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감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