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와 감정 사이, 장례를 대하는 마음
어제 새벽에 이모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동생에게서 들었다. 친외가 쪽 어른 중 유일하게 생존해 계셨던 분이셨고, 92세의 삶을 마감하셨다. 오늘 예배를 마친 후 동생과 시간을 맞춰 장례식장에 가려 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장례식장에 간 적이 없어서 복장은 물론,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사실 이모를 직접 뵌 지도 오래되어, 이모의 죽음을 접한 내 감정은 무척 건조하다. 솔직히 말해, 장례식장에 가는 일조차 번거롭고 내키지 않는다.
중년이 되면 인간관계는 경조사를 중심으로 유지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결혼식도 장례식도, 정작 주인공은 잘 알지 못하지만, 상주와의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석하게 된다. 나의 경우,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이나 가까운 친구가 아니면 경조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오래전에 마음먹었다. 자연스럽게 각종 네트워크에서 멀어졌고, 인간관계의 폭도 좁아졌다. 하지만 그로 인한 손해는 감수할 만한 일이라 생각해 왔기에 후회는 없다.
코로나19 이후 경조사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장례식장에 직접 찾아가 위로를 전하고, 부조를 통해 품앗이 문화의 일환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속에는 인간관계를 지탱하려는 사회적 노력도 숨어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보면 이 문화에는 불합리한 면도 있다. 관계가 멀어졌는데도 ‘관계를 깨지 않기 위해’ 바쁜 일정 속에서 조문을 하고, 소중한 주말의 반나절을 결혼식에 할애해야 하는 현실은 무겁고 불편하다.
앞으로는 경조사 문화도 점점 더 간소화되고, 당사자와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재편되지 않을까 싶다. 축하와 추모의 자리는 형식보다 진정성이 우선이어야 하지 않을까. 의무감보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예가 더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