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자

사회주의를 꿈꾸는 현실 속 기회주의자

by 장기혁



누군가 나에게 정치적 성향을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사회주의자”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나는 이상을 품은 사회주의자라기보다는 사회주의를 꿈꾸는 기회주의자에 불과한 게 아닐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해방 직후 절대 다수의 국민이 사회주의를 지지했다고 한다. 계급 타파를 통한 평등, 토지와 자본의 국유화를 통한 공정한 분배라는 이념은, 일제 파시즘과 지주제 하에서 착취당하던 농민과 도시 노동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군정과 한국전쟁, 그리고 반공을 국시로 내건 군사독재 정권의 탄압은 남한에서 사회주의를 뿌리째 제거했고, 이후 오랫동안 사회주의라는 단어 조차 꺼내기 어려운 금기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도 우리는 레드 콤플렉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이념적 자기 검열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상의 자유는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그 결과 한국의 정치 지형은 왼쪽 날개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기형적 구조로 이어져 왔다. 진보 정당조차도 실상은 중도우파 성향이고, 민주당은 우파임에도 불구하고 좌파로 호명되며, 국민의힘 같은 극우 정당은 스스로를 보수우파라 주장한다.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야수적인 탐욕을 드러내며 사회를 파탄으로 몰아간 이후, 유럽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민주주의적 접근을 통해 이를 견제해 왔다. 거대 자본의 독점을 막고 공공성을 지키며, 복지와 민주주의를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재벌에 친화적인 천민자본주의의 길을 걷고 있으며, 그 결과 부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은 저성장 사회로 접어들었고, 그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만약 정부가 재벌의 비민주적인 기업 운영을 제어하고,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 온 기득권 세력이 더 이상 부당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제도와 정책으로 통제해 왔다면, 한국은 경제와 복지에서 유럽에 못지않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온 국민이 여가를 반납하고 건강을 희생하며 일군 경제성장의 과실이 공정하게 분배되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기에 우리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으며, 과도한 노동과 스트레스, 불확실한 노후를 걱정하는 현실을 살고 있다.


이제는 이상적 사회주의가 아니더라도, 건전하고 투명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회복이 필요하다. 나는 이재명 정부가 왜곡된 경제 시스템을 바로잡고, 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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