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며

일상이라는 울타리를 넘고 싶은 순간들

by 장기혁



예전에 김포에서 남대문까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했던 시절이 있었다. 골드라인을 타고 김포공항역에서 공항철도로 갈아탄 뒤, 서울역에서 내려 서울로를 따라 걷는 루트였다. 김포공항을 지나칠 때면, 가끔 국내선이나 국제선 항공권을 즉석에서 발권해 제주도나 일본으로 훌쩍 떠나는 상상을 하곤 했다. 서울역 대합실을 지나칠 때는 KTX를 타고 강릉이나 여수, 혹은 부산으로 달려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회 한 접시 먹고 오는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기도 했다.


요즘은 인천공항 근처로 출퇴근하다 보니, 더 먼 해외로 떠날 수 있는 물리적 기회는 매일같이 열려 있다. 그래서인지 ‘일탈’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가끔은 기분 좋은 짜릿함을 느낀다.


일상이 반복될수록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월차를 내고 하루나 이틀 정도 마음껏 쉬며 리프레시할 수 있었건만, 중요하지도 않은 업무나 형식적인 회의를 핑계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면 후회가 밀려온다. 어려서부터 놀거나 쉬는 것을 죄악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랐던 탓인지, 유급휴가를 정당하게 사용하는 것조차 마음 한편이 불편하다.


하루하루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들과 같은 일상을 보내다 보면 사고의 폭은 좁아지고 생각은 점점 굳어지기 마련이다. 그 상태로 나이까지 들면 완고하고 고집스러운 노인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피하려면 나를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객관화는 낯선 환경에서 가능해진다. 그래서 나에게는 ‘혼자만의 여행’이 꼭 필요하다.


오늘도 출근길에 문득 일탈을 꿈꿨다. 조만간 스스로 만들어놓은 일상의 울타리를 넘어, 잠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진짜 내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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