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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커피

하루를 여는 나만의 루틴

by 장기혁



요즘 나는 매일 아침, 집에서 핸드드립 커피로 하루를 연다. 몇 년 전부터 커피에 관심을 가진 매제가 부업으로 직접 원두를 볶아 지인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원두를 볶아서 보내주는데 나도 그의 단골 고객 중 하나다. 한 달에 2킬로그램을 주문하면, 두 가지의 다른 원두를 정성껏 볶아 보내준다. 덕분에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집에서 즐기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오랫동안 커피메이커로 내린 커피를 마셨지만, 핸드드립은 전혀 다른 매력을 준다. 훨씬 부드럽고 풍미가 깊으며, 향이 살아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어떤 원두를 고를지 정하고, 원두를 갈고, 물을 끓여 드립을 하는 과정 자체가 하루의 시작을 특별하게 만든다. 예전엔 핸드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았지만, 요즘은 게을러져서 전동 그라인더를 쓴다. 그럼에도 여전히 커피 향이 피어오르는 그 순간은 나만의 의식이고 즐거움이다. 이제는 루틴을 넘어, 여행이나 캠핑을 갈 때도 드립 키트를 챙긴다. 어딜 가든, 나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여는 커피 한 잔은 꼭 필요하다.


어릴 적 기억도 떠오른다. 아침마다 아버지가 드시던 맥심 커피. 어머니는 하얀 커피잔에 설탕과 프림을 두 스푼 넣고, 잔받침과 스푼까지 곁들여 아버지 앞에 내어놓으셨다. 아버지는 신문을 펼쳐 들고 그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셨다. 커피를 다 드신 잔 바닥엔 설탕이 약간 남아 있었고, 나는 그것을 스푼으로 떠먹으며 달콤한 아침을 맞곤 했다. 그 시절, 젊은 부모님의 모습과 화목했던 가족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요즘은 핸드드립 커피에 익숙해지다 보니, 일반 카페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가 밋밋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카페에 가면 주로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를 마신다. 또, 아침에 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가니 직장에서는 거의 커피를 찾지 않게 되었다. 진정한 커피의 맛은 핸드드립이나 에스프레소처럼 정성 들인 방식에서 느껴지는 것 같다.


커피에 관심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커피의 역사와 종류, 향과 맛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다. 커피를 더 깊이 즐기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와인처럼 마니아의 세계까지 들어갈 생각은 없다. 커피는 내 일상의 한 장면으로 남는 것이 더 좋다.


문득, 중동에서 마셨던 터키 커피와 아라빅 커피가 떠오른다. 커피 자체의 맛보다도, 그 분위기가 더 인상 깊었다. 작고 깊은 잔, 정성스레 끓여낸 커피, 함께 내어주는 물 한 잔, 그리고 정적인 공간. 그런 문화와 예절이 좋아서, 중동 지역의 회사들을 방문할 때면 늘 터키 커피를 부탁하곤 했다. “이 커피 마셔본 적 있어요?”라는 상대방의 질문은 늘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를 트는 좋은 화두가 되었다.


지금도 약간 산미가 남은 방금 내린 커피를 마시며, 아일랜드 주방의 스툴 위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따라, 커피 맛이 더 깊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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