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바다에서 흔들리는 나침반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눈을 뜨고 있는 동안 스마트폰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과 릴스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들여다보다 하루를 마감한다. ChatGPT가 일상에 스며든 이후로는 스마트폰에 더 의존하게 되었다. 조만간 몸의 일부로 이식하는 날이 올 것 같고, 영화 ‘Her’에서처럼 대화형 AI를 친구이자 파트너로 삼아 사회생활을 하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휴머노이드가 등장하면 정말 인간들 간의 교류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SF영화 속 미래가 현실이 되는 순간을 목격하는 중이다.
1년 전부터 유튜브 프리미엄을 아내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그 이후로는 야한 영상을 보는 것을 조심하며 자기 검열을 하고 있다 ㅎㅎ.. 정치에 별 관심이 없던 아내는 언제부턴가 정치 고관여층인 내가 보는 유튜브나 쇼츠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고, 점점 정치에 관심을 갖더니 이제는 나와 똑같은(어쩌면 더 선명한) 정치관을 갖게 되었다. SNS로 인해 사람들이 확증편향이 심해졌다는 주장이 이제는 내 이야기가 된 것이다. 예전엔 아내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어쩌면 유튜브가 우리 부부의 대화 소재를 없애버린 셈이다.
그래서인지 점점 더 보기 편한 정치 프로그램만을 보게 되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만 어울리게 되었다. 반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부담스럽고 혐오스럽게 느껴져 거리를 두게 되었다. 사람들 간에 종교와 출신 지역이 달라도 잘 지낼 수 있는데, 정치관이 다르면 부부라도 함께 지내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과거 유대인 학살, 르완다의 인종 청소, 크메르루주의 학살, 그리고 관동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등이 특정 집단을 혐오하면서 ‘바퀴벌레’처럼 박멸의 대상으로 삼았고, 멀쩡한 사람들을 악마로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섬뜩하다. ‘다름’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면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SNS를 보는 시간을 줄이고 책을 읽고 사색하는 시간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하지만 이미 도파민에 찌든 뇌를 의지만으로 통제하기는 어렵다. 나를 포함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SNS에 중독되어 살고 있으며, 빅테크 기업들과 그에 자금을 대는 거대 기업들이 의도한 대로 내 삶을 자발적으로 종속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자성을 해본다. 한계는 있겠지만, 이 교묘하게 나를 옭아맨 상황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해야겠다. 일단 오늘부터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을 하루 한 시간 이내로 줄이는 것을 실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