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거짓말에 대한 사회적 면죄부와 그 대가

by 장기혁



지난해 12월, 계엄이 해제된 이후 우리는 대한민국 사회의 상층부, 즉 정치인, 고위공직자, 재벌 등의 지도층 인사들이 청문회와 재판 과정에서 보여준 뻔뻔한 거짓말에 충격과 분노를 느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주장과 금방 들통날 조작된 발언들을 아무렇지 않게,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진지하게 반복하는 모습은 TV 생중계를 통해 전 국민 앞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들은 왜 이런 태도를 가질 수 있었을까? 그 당당함과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첫째,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나 양심, 혹은 보통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갖고 있는 죄책감이라는 기본적 윤리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인성교육의 부재가 심각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시험성적만으로 선발되고 평가받는 시스템 속에서 자라났고, 그 결과 공감 능력이나 공동체의식보다 ‘성취’와 ‘지위’만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이 몸에 밴다.


둘째, 이른바 엘리트 계층이 형성한 카르텔 문화 속에서 서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 “내가 너 봐줬으니, 너도 언젠가 나를 봐줘라”는 식의 암묵적인 공조는 거짓말조차 정당화하게 만든다. 결국, 거짓말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죄의식 없이 법정에서조차 버젓이 위증을 서슴지 않는다.


셋째, 국민을 개돼지쯤으로 여기는 인식이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거짓말이 들통나더라도 "어차피 국민은 잊는다"는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거짓말에 아무런 대가도 따르지 않고, 오히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현실은 국민의 정서와 법 감정을 철저히 배반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먼저 사법부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현재처럼 고위직 판사와 검사들이 권력과 유착되어 있다면 어떤 범죄도 제대로 단죄될 수 없다.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재판을 받는 사회,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국민참여재판의 확대가 필요하다. 법관을 선출하는 제도 또한 장기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사법부가 권력과 동떨어진, 진정한 독립기관으로 거듭나야만 엘리트의 민낯이 드러나고, 정의가 작동할 수 있다.


아울러 거짓말에 대한 사회적·개인적·법률적 책임도 엄격히 물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단순한 지하철 무임승차부터 법정 위증에 이르기까지 거짓말에 대한 처벌이 철저하다. 우리는 아직도 선의의 거짓말과 악의적 거짓말을 구분하지 못한 채 모든 거짓말에 관대하다. 그러나 반복되는 악의적 거짓말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범죄다.


인도와 같은 일부 사회에서는 거짓말이 일상화되어 있고, 문화로까지 정착된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가서는 안 된다.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 단위는 신뢰이고, 그 신뢰는 진실 위에 세워질 때만 지속 가능하다. 진실을 말하고, 거짓에는 대가를 치르게 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며,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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