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감, 중년 남성의 그림자
한국 사회에서 중년 남성은 점점 사회적 약자로 밀려나고 있다. 은퇴를 앞둔 나이, 직장에서는 한때 애착을 가졌던 자리에서 물러날 날만 기다리고 있고, 집에서는 예전과 달리 아내의 눈치를 보며 살아간다. 자녀들은 자기들 세상에 몰두해 있고, 아버지를 투명인간처럼 대한다.
직장을 중심으로 얽혀 있던 인간관계는 해체되고, 동창 모임은 예전만큼 재미없다. 나이 들어 동호회에 나가는 것도 어색하다. 그렇게 고립감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다가온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전문가들은 외로움과 고립감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노년을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핵심은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과도한 의미를 두지 않으면 실망도, 상처도 줄어든다. 나이 든 이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서운해하고 실망하는 이유도, 여전히 관계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고립감을 이겨내고 있다. 독서와 글쓰기, 음악과 영화가 내 삶의 중심이 됐다. 혼자 하는 등산, 캠핑, 자전거 라이딩은 건강을 유지하게 해 주고 기분도 전환시켜 준다. 요즘은 혼자 몰입할 수 있는 악기도 배우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과의 관계는 필요하다. 작아진 존재감 속에서도 끝까지 유지해 온 관계는 소중하고, 새로 맺고 싶은 관계들도 잘 가꿔가야 한다. 특히 가족, 그중에서도 아내의 존재가 점점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아무 이유 없이 연락할 수 있는 친구 한 명이 있다는 것도 큰 위안이다.
앞으로는 영화 Her처럼, AI와 깊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 간의 접촉은 줄어들 것이고, 진짜 대면과 직접적인 관계는 사치가 될지도 모른다. 또한, 직접 운전하고, 글을 쓰고, 음식을 만들고, 악기를 연주하는 ‘아날로그적’ 경험도 점점 더 귀해질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중년 남성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통과 기술이 공존하는 전환기의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위기이자 기회다. 문명을 잘 활용하고, 자신만의 고독을 즐기며, 관계를 관리해 나간다면 노년도 얼마든지 활기찬 시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