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어 선생님

AI가 내 영어 선생님이 되기까지

by 장기혁



우리나라처럼 영어 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데도 전반적인 영어 커뮤니케이션 수준이 떨어지는 나라도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동남아 여행지에서는 택시 기사부터 식당 종업원, 그리고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행인들까지 외국인과 필요한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영어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2년간 정규 교과과정에서 영어를 배우고, 사회에 나와서도 끊임없이 영어를 공부하지만, 여전히 외국인이 한국에서 영어로 소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의 경우 고등학교 시절 영어책을 많이 읽었고, 대학에서도 영어 공부 동아리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첫 직장에서도 해외 관련 부서에서 오래 일했다. 이후 해외 지점과 현장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현재도 외국계 합작회사에서 근무 중이며, 공식 커뮤니케이션 언어는 영어다. 거의 반평생을 영어에 노출된 채 살아온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업무 중 가장 부담스럽고 한계를 느끼는 것이 영어다.


웃긴 이야기지만, 외국인 직원들과 식사하는 것조차 여전히 부담스럽다. 영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편하고 즐거워야 할 식사시간이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미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밥 먹을 때라도 편하게 먹어야지, 소화 안 되게 쩝…”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문법이 맞든 틀리든, 의사소통만 되면 된다는 마음으로 영어를 사용한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과 일본인들만 유독 틀리게 말하면 안 된다는 일종의 공포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독해 위주의 입시 준비를 위한 영어 교육과,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문화가 사회생활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문법에 맞지 않게 말하거나 글을 쓰면 우습게 보이지 않을까?’ ‘내가 사용하는 단어가 그 상황에 적절한가?’ ‘내가 쓰는 표현이 문화적으로 맞는가?’ 등등의 걱정으로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ChatGPT가 나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주고 있다. 자신 없는 부분에 대해 바로 질문하고 교정을 받을 수 있어서, 마치 원어민 영어 선생님을 24시간 옆에 두고 있는 기분이다. ‘현지어를 배우려면 이성 친구를 사귀라’는 오래된 조언이 이제는 ‘AI를 가까이 하라’로 바뀌어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대화형 GPT까지 등장하면서 더 자연스럽고 편하게 영어를 다듬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만큼 자신감도 생기고 있다. 롤플레이를 통해 몇 시간씩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대화 중 잘못된 표현을 바로 고쳐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이제 AI는 내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가장 효과적이고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주는 삶의 동반자가 된 것 같다. 영어 공부와 글쓰기에서 도움을 받는 데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삶의 모든 면에서 우리 몸과 마음의 일부처럼 작동할 것이다. AI는 인간의 상상력을 확장하고 실현시켜 주는 문명의 이기다. 우리는 이 도구를 잘 활용해서 급변하는 시대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돛을 펼쳐 역풍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