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회

AI와의 공존

문명의 혜택과 원초적 감각 사이의 균형

by 장기혁



요즘 들어 AI의 도움으로 그동안 자신 없어하지 못했던 일들을 부담 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에세이를 네이버 카페나 브런치 같은 곳에 올리고 싶었지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 망설이곤 했다. 이제는 AI가 문법을 알아서 정리해 주고, 원하면 더 자연스럽게 다듬어 주기까지 하니 글쓰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업무용 영문 이메일을 보낼 때도 관사, 시제, 복수형, 적절한 단어 선택 등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초안만 잡아서 AI에게 요청하면 원어민 수준의 매끄러운 문장으로 바뀐다. 물론 결과물에 대한 검톡능력이 여전히 필요하지만, AI가 내 시간을 절약해 주고 능력을 확장해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잘알고 가까운 길이라도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으면 불한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앞으로는 AI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사람들의 길 찾는 능력이 점점 퇴화하고, 키보드 사용으로 손글씨가 엉망이 되었지만,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오래전 모든 일을 개인이 해야 했던 시절에 비해, 분업이 발달하고 기술의 발전으로 기계와 도구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인간의 뇌 용량이 줄어들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덕분에 뇌에 사용되던 에너지가 줄어 생존 능력은 오히려 향상되었다는 설명이 흥미로웠다.


한편으로는 오리엔티어링(나침반 활용), 모스 부호, 부시크래프트처럼 문명을 벗어난 환경에서 생존에 도움이 되는 원초적인 기술들에 대해 개인적인 호기심도 생겼다. 또한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패시브/액티브 시스템을 갖춘 주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문명의 이기에 너무 의존하다가 오프그리드 상황이 닥치면 무력해질 수 있기에, 전쟁, 테러, 자연재해 같은 위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준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고, 급하게 따라가다 보면 ‘왜?’라는 질문 없이 새로운 문명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다. 그로 인해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 변화에 따른 부작용은 피할 수 없지만, 성찰을 통해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문물을 빠르고 폭넓게 수용하되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그래서 결국 철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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