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회

화장품 쇼핑

추억, 그리고 사라진 작은 설렘

by 장기혁





신혼 때 싱가포르로 출장을 자주 다녔다. 한 번은 출장을 떠나는 나에게 아내가 화장품 쇼핑 리스트를 손에 쥐어주며 “다 안 사 오면 죽을 줄 알아”라는 눈빛을 보냈다. 당시엔 수입 화장품이 비싸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아 귀국길에 현지 또는 공항 면세점에서 쇼핑을 많이 했었다. 직구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이라 요즘 기준으로는 별로 실감이 안 나는 풍경이었다.


바쁜 출장 일정에 짬을 내어 쇼핑 중심지인 오차드 로드의 한 백화점에 들렀다. 화장품 코너에 가서 쇼핑 리스트에 있는 품목들을 찾아보았으나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갔다. 꾀를 내어 한국인 여자 쇼퍼들에게 리스트를 보여주며 골라달라고 부탁을 해보았다. 젊은 아내를 생각하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는지, 친구들로 보이는 여러 명의 쇼퍼들이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리스트에 있는 품목을 모두 찾아주었다.


그 이후에도 귀국길에 화장품을 사가곤 했다. 향수 한 병은 기본이어서 아직도 평생 쓰고도 남을 향수가 장식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모델명을 잊어버리지 않고 있는 이브생로랑에서 나온 립스틱 No. 71(Black Red)을 틈틈이 사갔다. 화장을 거의 안 하는 아내가 유일하게 립스틱은 바르고 다녔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안 하는 것 같아 더 이상 화장품을 사갈 일이 없어졌다.


요즘 올리브영 같은 곳에 가면 정말 없는 것이 없으며, 설화수와 같은 국산 브랜드가 동남아의 중저가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고 한다. 격세지감을 느끼며 K-Beauty의 파워를 동남아를 방문할 때 체감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과거 출장이나 여행을 마치고 귀국할 때 쇼핑하고 선물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은 국내에서 더 싸고 손쉽게 구입이 가능하다 보니 의미를 담은 선물을 챙기기가 힘들어져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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