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제대로 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청바지와 관련해 기억나는 두 가지 일이 있다. 첫 번째는 현장에서 좀 빨리 퇴근 후 허겁지겁 청바지 차림 (작업복이 아닌 평상복 으로 청바지) 으로 결혼식장에 갔다가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일이고, 두 번째는 해외 지점으로 출장을 갔을 때, 첫날 지점장에게 “어떻게 청바지를 입고 출근할 수 있느냐”는 핀잔을 들었던 경험이다. 두 일 모두 벌써 30여 년 전의 일이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청바지나 검은색 진을 입고 출근하거나 결혼식에 참석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정장에 흰 운동화를 매치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예의와 격식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형식들이 내 사고의 폭을 좁혀왔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예술가들이 머리와 수염을 기르고 자유롭게 옷을 입으며 밤낮없이 작업에 몰두하는 게 이해가 된다. 기존 문법을 벗어난 창작은 결국 형식에 얽매이지 않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절대적인 권위를 뽐내던 많은 격식이 사라지며 삶은 한결 편해졌다. 덕분에 형식보다 본질을 바라보는 일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형식에만 매달리다 보면 왜 그 행동이 필요한지 잊은 채, 그저 관례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꼭 사무실에서만 일을 해야 할까? 정년 제도는 반드시 필요한가? 정규직만 채용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하는가? 집은 꼭 강남 아파트여야 하는가? 평양냉면은 전문점에서만 제맛일까? 하루 세 끼는 정말 필수일까? 대학을 꼭 나와야 하는 걸까? 수많은 질문이 따라온다.
곱씹어보면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제도와 관습 대부분은 근대 산업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하루 세끼 식사, 의무교육, 심지어 일부일처제의 제도화까지도 사실은 오래된 전통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관습이다.
빠르고 복잡하게 변하는 사회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살아야 한다. 본질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철학이 필요하다. 자아 성찰과 더불어, 철학자들이 오랜 세월 고민하며 남긴 통찰을 배우고 공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청바지 #본질탐구 #형식과 본질 #철학하는 삶 #자아성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