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단순한 식사 시간이 아니다
허기를 달래는 유일한 한 끼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영양을 보충하고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을 거르거나 간단하게 때우기 때문에, 오전의 강도 높은 업무가 끝날 무렵이면 배고픔은 절정에 달한다. 특히 혼자 사는 직장인의 경우, 저녁 식사를 제대로 챙기기 어려운 날이 많아 점심 한 끼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잠시 꺼진 불빛 속 휴식
한국의 직장 문화는 점심시간에 명확한 휴식의 신호를 보낸다. 사무실의 불이 꺼지고, 직원들은 책상에 엎드려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거나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며 머리를 식힌다. 회의 중이든, 업무가 한창이든, 12시가 되면 모두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 식사를 한다. 이 시간만큼은 누구도 침해해서는 안 되는 성역이다.
서구의 합리성 vs 한국의 현실
반면, 서구 문화에서는 점심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회의가 점심시간을 넘겨도 자연스럽고, 샌드위치나 크래커로 간단히 요기하면서 일을 이어간다. 대신, 일찍 퇴근하거나 휴게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은 효율적이고 실용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출근시간은 정해져 있으나 퇴근시간은 정해지지 않은 한국의 현실에서는 점심시간마저 빼앗기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왜 한국인은 점심을 사수하는가
그래서 한국인 직장인들은 외국인 동료들에게 점심시간을 반드시 사수해 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제발 12시 전에 회의를 끝내자”는 말은 농담이 아니라 절실한 요청이다. 한국의 인사말에 “식사하셨어요?”, “조만간 밥 한번 하시죠”라는 표현이 많다는 사실도, 우리가 식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일제강점기와 전후 빈곤 기를 겪은 우리의 지난 세대가 끼니를 거르는 것이 흔했던 시대를 지나왔기에, 정해진 시간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내게 점심시간이 특별한 이유
7년 전 귀국 후 한국에서 일하면서부터 나는 점심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간단한 샌드위치로 식사를 마친 뒤, 1시간 30분의 점심시간 동안 산책을 하며 정신적, 육체적 리프레시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 시간이 나의 하루를 지탱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었다. 그래서 말한다.
점심시간을 사수하자.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