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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내가 누리는 기득권을 과연 내려놓을 수 있을까

by 장기혁



사회 초년생 딸을 둔 아빠의 입장에서, 여성의 권리가 점차 높아지는 사회 분위기는 반가운 일이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당연하게 누려왔던 ‘오대남’의 특권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을 억지로 받아들이는 중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많은 것들이 단지 ‘한국에서 남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특혜였다.


그동안 아들, 오빠, 남동생, 아버지, 남편이라는 이름 아래, 여성보다 더 많은 것을 누려왔다. 많은 남성들은 이러한 불평등한 현실을 잘 알면서도, 지금껏 누려온 특권을 내려놓기 싫어한다. 인간의 본성일까. 모른 척하거나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은 여성들이 공부도 더 잘하고, 시험도 더 잘 본다. 그로 인해 일부 남성들은 어릴 때부터 열등감을 안고 자라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전통적인 남성다움을 강요받는 분위기 속에서 억울함을 느끼고, 군 가산점에 집착하거나 여성 혐오적 정서에 쉽게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 장년층의 눈에는 한심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들 나름의 사연과 배경이 있는 것이다.


해외 생활을 하며 느낀 점도 있다. 한국인 주부들은 남편이 출장을 가면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신경 쓸 일이 줄어드니 오히려 편하다는 것이다. 반면, 서구 여성들은 남편의 출장을 무척 싫어한다. 그들의 남편들은 퇴근 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기본이고, 주말에는 요리를 하거나 아이들과 하루 종일 놀아주는 경우도 많다. 여성들이 육아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이다.


물론 한국 남편들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야근과 회식이 많고, 주말에도 골프나 각종 영업 활동이 있어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것은 가족보다 일을 우선시한 자신을 합리화하는 변명일 뿐이다.


그럼 이제 나 자신을 들여다보자. 결혼 후 육아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고, 라면 하나 제대로 끓이지 못한다. 가사노동이라고는 일주일에 한 번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거나 화장실을 청소하는 것이 전부다. 지금은 밖에서 돈을 벌어오니 아내가 참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은퇴 후에도 이 생활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일본에서 유행한다는 ‘황혼이혼’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사실 이삼십 년 전과 비교하면 여성의 목소리는 확실히 커졌다. 그러나 진정한 양성평등을 이루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남성들이 지금껏 누려온 특권을 자각하고, 제도적으로 성평등을 실현하려는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동시에 남성들도 ‘남자니까 이래야 한다’는 전통적 남성상에서 해방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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